신뢰는 가장 값비싼 자본이다
오늘 두 명에게 각각 제안을 했다.
한 명은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결과가 잡히지 않는다면서 거절했고, 다른 한 명은 재미있을 것 같으니 어쨌든 같이 하겠다고 단박에 수락했다. 전자는 한달을 이야기했고, 후자는 3분을 이야기했다.
얼핏보면 내용의 이슈 같지만, 실은 믿음의 문제다. 한 사람은 내가 '좋다'고 말한 것이 자신에게도 좋을 지를 걱정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내가 '좋다'고 말한 것이 자신에게도 좋을 것임을 믿었다. 그 덕분에 일은 더 빨리 진행되고 비용은 적게 든다. 서로를 설득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이슈가 아니라 상호적이다.
조직에서 신뢰의 수준이 낮으면 서로를 '확인'하고 '검증'하느라 바쁘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심지어 확인하고 증명하는 게 '일'이라 착각한다.
출장가서 스마트워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요인을 알아오는 대신, 출장비용을 증빙하느라 바쁘고, 출장가서 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느라 바쁘고, 방문한 업체의 사진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그걸 하느라 스마트워크를 성공으로 이끈 팀의 리더와 인터뷰할 시간은 없다. 어차피 회사도, 상사도 그런 진짜 일은 확인하지 않는다. 가기로 한 곳에, 쓰기로 한 돈으로, 눈에 보이는 걸 가져왔는지만 확인한다. 그걸 왜 하는지는 잊은 채.
돌아오는 길에, 거절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제안을 할까도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어찌어찌 일을 시작한다 해도, 결국 서로를 설득하고 확인자료를 모으고 검증하는데 대부분의 리소스를 쓸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시장과 고객에게 다 쏟아도 모자란 시간과 노력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실패를 디폴트로 일을 시작하는 셈. 열심히 할 수록 일은 힘들어진다.
대신 오늘 제안을 수락한 쪽에 두 배로 힘을 실어보려 한다. 이미 신뢰라는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운전만 잘 하면 얼마든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성공을 디폴트로 일을 시작하는 셈이다. 열심히 할 수록 일이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