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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Nov 09. 2019

리모트워크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2019 <제주 리모트워커스 캠프> 진행 후기

2019년 <제주 리모트워커스 캠프> 진행 중


'리모트워크'라는 말을 들어봤냐는 모 기업에서의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80%는 정확한 뜻을 몰랐거나 처음 들어본 말이라고 답했습니다. 생소한 결과는 아닙니다. 피라미드형 조직도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대개 비슷한 결과가 나오거든요.


리모트워크 인지도에 관한 설문조사 (2019년 가을)


그런데 재미있게도 리모트워크를 시도해보겠냐는 다음 질문에는 응답자의 88.6%가 참여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한달에 1-2회 정도가 35.2%, 일주일에 1-2회가 43.2%,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답변도 10% 가 넘었습니다. 


리모트워크 참여의사에 관한 설문조사 (2019년 가을)


출근과 일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유효할까?


사실 우리에겐 리모트워크를 할 수 있는 기술도 충분하고, 리모트워크가 더 효율적인 업무도 많고,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리모트워크를 원하는 사람도 충분히 많습니다. 그런데 왜 리모트워크는 공식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걸까요. 바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것 = 그나마 일하는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아니, 리모트워크를 원하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자신과 남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 때문이죠. 쉽게 말해서, 자신은 사무실이 아니라도 충분히 일할 수 있지만,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은 사무실 밖에서는 게으를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심지어 본인은 외근이며 출장이며 사무실 밖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하는 사람도 부하직원에 대해서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일쑤입니다. 사무실에서 안 보이면 메신저로 어디냐고 묻고, 농담을 포장삼아 사무실에 없던 시간을 비꼽니다. 본인은 그걸 '현실적인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바로 외부에서 말하는 조직원에 대한 '불신'의 실체입니다.  



조직 내 '불신'의 실체


불신은 직원에게 '너희를 믿을 수 없어!'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한 후에도 불안해서 수시로 확인한다면, 공식적이지 않은 루트를 통해서 대신 의사결정을 해주고 있다면, 나에게 맘에드는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당신은 이미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일은 너무 중요해서' '이 일은 돈이 많이 들어서' '이 일은 내가 제일 잘해서' 등등 왜 직원들이 스스로 결과를 만들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는지에는 수 십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의 바닥에는 항상 '신뢰의 부재'가 있습니다.



조직의 신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불신은 당신의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신뢰는 사랑과 같아서 받아보지 않으면 남에게 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통해, 선생님을 통해, 직장생활을 통해 신뢰를 받아봐야 인간은 그 방법과 힘을 실감하고 비로소 타인에게 줄 수가 있습니다. 달리 말해, 신뢰는 개인의 노력 이전에 조직적인 차원의 이슈라는 의미입니다.


신뢰가 있는 조직에서는 누구든 들어가면 쉽게 신뢰를 경험하고 그것을 내려주게 됩니다. 반대로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는, 즉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업무에 대한 확인/개입/판단이 일상인 조직에서는 누가 들어와도 신뢰의 소강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리모트워크의 성공여부는 '신뢰'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리모트워크와 신뢰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리모트워크의 실현 가능성은 적합한 툴과 업무의 특성 이전에 조직의 신뢰수준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리모트워크를 시작할 적절한 프로젝트와 적절한 툴을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마십시오. 리모트워크를 시행할 팀과 툴은 눈에 보이는 요소일 뿐, 이것이 리모트워크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리모트워크를 시행할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 수준이 충분히 높은지, 그리고 리모트워크를 시도할 팀에게 조직이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신뢰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2019 <제주 리모트워커스 캠프> 중 조직 내 신뢰에 관한 토론


리모트워크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리모트워크가 혁신적인 이유는, 그 진행과정이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봐 왔던 업무방식과 확연히 다르고 결과가 나오는 속도와 퀄러티도 전혀 다른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그런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망상이고 욕심입니다. 반대로 낯설고 새로운 결과에 대해 열린 마인드로 리모트워크를 시도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성과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전세계의 스마트한 회사들이 리모트워크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전세계의 선진국이 리모트워크를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정말로 '아직 비즈니스를 잘 몰라서' 혹은 '그들은 우리랑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우리가 수십 년의 관성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판단은 홀연히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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