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일수록 추천을 아껴야 하는 이유
특정 기사를 읽어서, 특정 책을 읽어서 변화가 될 수 있다면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들 천지일 거다. 수업을 들어서, 벤치마킹을 해서 그 영역을 배울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수능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어야 했다.
사실 '무엇'을 접했는가 만큼 중요한 건 '얼마나' 몰입 했느냐고, 그 몰입도에는 '어떻게' 접했는가가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기사, 좋은 책을 접하면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댓글에 이름을 태깅하고 싶기도 하고, 문자로 링크를 보내주고 싶다. 내가 얻은 감동과 인사이트를 상대와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 특별히 내 팬이거나 내 평가를 받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내가 추천해 줘서'는 상대가 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어떻게' 중에 몰입도가 낮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봤으면 당장 샀을 스피커를, 내 눈길도 닿기 전에 판매원이 내 얼굴에 들이민 격이랄까. 상대가 민망할까봐 그 구구절절 설명을 들어는 주지만 이미 그 스피커는 타인의 취향이 되어버렸다. 타의에 의한 만남은 달갑지 않고, 애정없는 무언가에 몰입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의 첫 만남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가 우연히 발견하든 만나든, 내게 추천을 요청하든, 내 포스팅을 통해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든, 중요한 건 그가 순수하게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그 자율적인 선택으로 관계를 시작해야만 애정도 몰입도 사랑도 생기는 것 같아서다.
새벽에 정말 인사이트있는 마케팅 기사를 읽었고, 이걸 우리 스탭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특정인을 태깅하거나 카톡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며칠 후 내 타임라인에 후기를 올리거나, 몇달 후 관련된 주제로 고민할 때 조용히 그 책을 소개한다.
스스로 발견해야 가치가 생긴다는 믿음, 그리고 이를 반증하는 경험들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 기사를 내 스스로 발견해서 끝까지 읽게 된 것이 아니던가!
어릴 적 소풍에서 했던 보물찾기를 생각해 보자. 생각해 보면 보물찾기 상품이란 것이 참 보잘것 없다. 문방구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천원도 안 되는 것들이 허다하고, 심지어는 지우개나 노트도 있었다.
성인이 되서 경험했던 수많은 미션 게임도 그랬다. 이런 게임에서 얻는 것이라곤 손에 잡히지도 않는 포인트나 별이 전부다. 그럼에도 숨겨져 있던 '무엇'을 찾았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내'가 찾은 것이라서 그렇다.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좋다'고 느끼는 첫 경험을 지켜주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가치있는 콘텐츠일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