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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Sep 17. 2019

건강한 회의를 했다는 4가지 증거

고른발언, 상호질문, 의견표출, 종료 후 온기

메일 확인을 제외하고 일주일 중 가장 잦은 업무는 단연 미팅이다. 팀장 직책을 단 ‘직장사람’ 일 때는 하루 2-3개가 보통이었고, 보다 많은 회사와 일하는 지금은 3시간짜리 미팅을 일주일에 5개 정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큰 미팅이 있었다  모 기업의 스마트오피스 TFT 멤버들과 하는 정기미팅이었는데,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길어졌음에도 미팅 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벌써 네 번째 미팅인데 뭐가 특별했나 생각해 보니, 오늘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건강한 회의의 증거 1. 고른 발언


후반으로 갈수록 각 참석자들의 발언 길이가 짧아졌다.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각자 1분 이내로 짧게 이야기했다. 대화는 강연이 아니라 주고받은 스포츠가 될 때 훨씬 집중이 잘 된다는 걸 느꼈다.



건강한 회의의 증거 2. 상호 질문


참가자들이 서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질문을 가장한 불평이 아니라, 더 알고 싶으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이건 정말 좋은 신호다.


자발적인 질문이 많다는 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 사안에 대해서 순수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모르는 걸 질문해도 괜찮다고 느낄 만큼 멤버들이 안전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안전감은 솔직한 소통으로 가는 기반이라 내심 기뻤다.



건강한 회의의 증거 3. 구경꾼의 의견 표출


평소에 발언을 안하던 참가자가 스스로 입을 열었다. 이 역시 안전감과 연관있다. 회의에서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보통 발언을 아낀다. 행여나 직속 상사가 미팅에 함께 참여했다면 존재감이 홀로그램 수준이다. 물어보지도 않은 발언을 해서 상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미팅하고 있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일이 많은데 불필요한 업무를 추가로 부여받고 싶지 않기 대문이다.


평소에 이랬던 멤버 몇 명이 오늘은 입을 열었다. 그것도 전체 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는 구경꾼에서 참가자로의 스텝인을 걸 의미한다. 이전까지 무표정하던 직원이 살아있는 표정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니 내용과는 상관없이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건강한 회의의 증거 4. 종료 후 온기


미팅이 끝남 후에도 멤버들이 삼삼오오 후속 이야기를 했다. 오늘 나는 12개의 스마트워크 실천안을 팀원들에게 브리핑을 했고, 다음 시간까지의 액션플랜은 자기아 참여하고 싶은 실천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미팅이 끝나면 산소가 모자란 방에서 탈출하듯 사람들이 빠져나가는데 오늘은 달랐다. 몇 명은 내게  리모트워크와 페이퍼리스에 대해서 물어봤고, 여기저기 둘 셋이 모여 회의의 열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영화가 끝나 불이 켜진 후에도 극장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듯이.


이건 매우 건강한 징조다. 꼭 회의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회의의 분위기가 벗어나고 싶을 만큼 숨막히지는 않았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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