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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an 16. 2020

고수의 여행가방은 8kg 를 넘지 않는다

예비 유럽 여행자를 위한 8가지 최신 꿀팁

긴 여행을 마치면 나는 카드내역서와 지출내역을 확인한다.


세 가지 이유인데, 여행 중 누군가가 일괄 결제한 금액을 보존하는 것이 첫 번째, 여행의 가성비 확인이 두 번째, 지출 내역을 통한 여정 리뷰가 세 번째다. 이번 겨울에 다녀온 유럽여행의 지출을 리뷰하면서 깨달은 점을 핵심 위주로 남겨본다.


겨울 유럽여행의 지출내역서 (일부)



좋은 숙소를 알아보는 ,

View from A Livingroom


하루 이틀 만에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숙소는 여행의 질과 직결된다.


좋은 숙소를 알아보는 퀵한 방법 중 하나는 집안에서 보이는 바깥 경치다. 거실 소파와 침실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뷰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라면, 이런 집은 돈을 쓸 가치가 있다.


이렇게 뷰가 좋은 집은 굳이 다른 요소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현관의 크기를 보면 집 전체의 평수가 보이듯, 집에서 보이는 자연의 경치를 보면 집의 레벨이 보인다.


우리가 그리스에서  머물렀던 Airbnb 숙소



고급 음식을 매일 먹는 ,

Local Ingredients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여행에서야 끼니마다 맛집에 가도 부족하겠지만, 거의 한 달 가까운 여행에서는 식사가 허술해지기 쉽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맛집을 찾는 에너지도 상당해서다.


이럴 때는 하루 한 끼를 양질로 먹고, 나머지는 해결하는 먹는 루틴도 괜찮다. 우리같은 경우에는, 하루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루는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식으로 양질의 한 끼를 채웠다.


특히 유럽은 신선한 지역 해산물, 육류, 채소가 저렴하고, 슈퍼마켓만 가면 다양한 식재료를 쉽게 구입하 수 있어서 가정식 요리를 하기에 최적이다. 통째로 빌리는 Airbnb 숙소라면 대부분 키친 설비가 잘 되어서 메인 재료 외에는 특별히 돈 들어갈 일도 없다.


참고로 아침은 각자 기상 시간에 맞춰 과일/크루아상/요거트 등을 셀프로 먹고, 점심은 유럽에 즐비한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가볍게 먹으면 좋다.



데이터의 자유를 얻는 ,

Vodafone Prepaid Sim


최근 몇 년 동안 가성비가 놀라울 정도의 심카드가 속속 등장했다.


2017년 유럽 어디서나 데이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쓰리심'이 나오더니, 작년에는 핫스팟 기능까지 지원하는 'EE유심'이 등장했고, 급기야 2019년에는 유럽의 대형 통신사 '보다폰'에서 대용량 4G급 심카드를 출시했다. 가격도 심하게 저렴해서, 22일간 30G를 사용하는데 비용이 단 32,000원 (15G = 27,000원 / 9G = 20,000원).


덕분에 나는 장소와 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검색, 내비게이션, 영상통화, 동영상 시청이 가능했다. 함께 여행한 친구에게 핫스팟을 열어줬음에도 최종 사용량은 15G 남짓. 다 쓰지 못한 데이터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 몇 천 원에 데이터 걱정 제로인 여행을 샀다고 생각하면 지출로도 안 느껴질 정도다.

3주간 사용한 보다폰 심카드


충분한 데이터는 여행을 한층 담백하게 하고, 데이터 용량이 클수록 심카드 단가가 확 낮아지므로 - 데이터는 하루 1기가 이상으로 넉넉하게 구입하길 권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여행하는 ,

Direct Flights


이건 우리가 실수한 부분인데, 앞으로 여행의 질을 생각한다면 항공사는 무조건 직행이다. 단 2-3시간이라도 경유는 여행을 피곤하게 한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우리처럼 출국 직전에 티켓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직항이 빠르고,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는 북경에서 스탑오버를 했는데, 덕분에 유럽에서 엄청 피곤과 싸워야 했다


출도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출발 시간은 12시 이후,  도착 시간은 저녁이 좋다. 유럽이나 미국행은 출국 4-5시간 전에 일어나야 얼추 시간이 맞는데, 10시 비행기만 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새벽이든 점심이든 12시간 정도를 날면 아무것도 안 해도 몸이 피곤하다. 물리적인 이동에 몸이 쉼 없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라도 꽉 채우겠다는 생각에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선택하면, 열에 아홉은 그날 하루를 버리게 된다. 얼리 체크인이 안되면 캐리어 처분도 곤란할 수도 있고, 어찌어찌 짐을 처리해도 반나절 못 가 골골거리며 숙소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평균적으로 공항 도착과 숙소 입실 사이에는 3시간이 소요되므로, 오후 5-6시쯤 공항 도착해서 바로 숙소로 체크인을 하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음날을 시작할 수 있다.



유럽 현지인처럼 이동하는 ,

Public E-scooter


이번에 간 유럽의 대도시는 그야말로 전동 킥보드 천국이었다. 서울도 역세권 중심으로 공유 킥보드가 먹물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아테네와 파리는 그 속도와 커버리지가 훨씬 컸다. 거리 곳곳에 킥보드가 주차되어 있었고, 프랑스에는 차도와 비슷한 크기의 자전거/킥보드 라인이 있었다. 덕분에 걷기는 너무 멀고 택시나 지하철을 타기엔 애매한 거리에서 킥보드를 어렵지 않게 이용했다.


파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용 킥보드 (2020년 1월)


내가 공유 킥보드를 처음 경험한 건 3년 전이었다. 파리 라데팡스 역 근처에 다소곳하게 줄 서 있는 라임색의 킥보드를 호기심에 이용했는데, 말 그대로 취향저격 내겐 딱이었다. 구두로 걸어서 30분 거리를 킥보드면 5분 만에 갈 수 있었고,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감으로 도심을 누비는(?) 기분이 새로웠다.


그때 내가 이용한 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라임(Lime)'이었는데, 이 서비스는 현재 유럽과 미국 전역을 포함해 호주와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세계 라임 서비스 : https://www.li.me/locations)


나는 3년 전에 만든 '라임' 계정으로 아테네와 파리에서 킥보드를 즐겼다. 이동수단으로서도 좋았지만,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였다. 킥보드를 타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작은 바퀴와 최대속도를 연관지으며 위험에 집중하지만, 자전거도 익숙하지 않으면 사고로 죽을 수 있다. 한번 익숙해지니 다음 여행에는 접이용 킥보드를 하나 장만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 일행은 킥보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참고로 공유 킥보드 이용료는 10분에 약 2-3유로 사이다.


아테네에서 특히 유용했던 공유 킥보드. 여기선 Lime 과 Hive 가 대표적이다.



한국식당 없이 한식 먹는 ,

Korean Sauce


외국에만 가면 그렇게 한국음식이 생각난다. 그리운 정도가 아니라 몸이 원한다. 따끈한 국물, 촉촉한 밥, 한국 특유의 매운맛과 짠맛의 조화. 나는 외국에 가면 유독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이번에 여행하면서 그 떡의 쫀득함이 한국의 독특한 식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음 여행 땐 마른 떡국이라도 한 팩 가져갈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캐리어에 김치니 라면을 바리바리 싸가는 것도 구질한 일. 갑자기 닥쳐올 식탁 향수병을 위한 최소한의 응급처방을 한다면 나는 고추장/쌈장(튜브), 다시다(파우더), 알후추(작은통), 미역국(일회용)을 추천한다. 요 네 가지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쌀은 웬만한 슈퍼마켓엔 다 있으니 무겁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수십 개의 쌀 종류 중에서 Sticky Rice 를 고르면 된다.  


사실 이 보다 간단한 방법은 현지 한국 음식점이다.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같은 큰 도시에선 한국식당이 꽤 많아서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없는 프랑스 남부 지방이나 그리스의 스파르타 같은 곳이라면 한국 식당은커녕 한국 마트도 드물다. 식욕 때문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위의 응급처방을 추천한다.



여행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

Bluetooth Speaker


이건 나만의 노하우인데, 가벼운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면 같은 여행이 한결 다채로워진다. 특히 나처럼 지인들과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면 더욱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하나면 가는 곳마나 뮤직비디오가 된다


고음질의 음악은 여행의 풍광을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함께 듣는 사람들과의 친밀감도 높여준다.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도, 빗속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바닷가에서 넋 놓고 석양을 바라볼 때도, 밤늦게 와인을 마실 때도, 블루투스 스피커는 여행의 순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요즘은 유럽 심카드도 데이터 속도가 워낙 빨라서 미리 음원을 폰에 넣어갈 필요가 없다. 애플뮤직이나 네이버 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 준비 없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는 자동차로 새로운 도시로 떠날 때마다 김동률의 '출발'을 듣곤 했다.   



여행 고수처럼 패킹하는 ,

8kg Principle


여행의 백미는 원뜻 그대로 나그네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데 있다. 특히 유럽의 서너 도시를 여행한다면 가방의 무게는 곧 구속의 무게. 체크인을 해야 하는 큰 가방은 최대한 지양하고, 기내용 캐리어나 백팩으로 패킹을 시작한다.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은 '매일' 내가 사용하는 물건. 오늘과 어제 사용하지 않았다면 여행 중에도 쓸 가능성은 적다. 만약을 위한 물건들은 현지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미련 없이 패스한다. 상비약이나 헤어제품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방은 부피도 부피지만 무게도 8kg 이하가 좋다. 특히 백팩은 오래 매고 다니면 깃털 하나도 아령 무게가 될 만큼 어깨에 부담이 크다. 그리고 기내용 사이즈라도 8kg 이 넘으면 기내 반입이 제한된다. 유럽 내 저가 비행기라면 4-5만원의 추가 요금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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