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과 경험이 함께 가야하는 이유
일의 시작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이 복수로 존재한다. 이론이나 리서치 결과는 무엇이 성공요인이고 리스크인지에 대한 좋은 '가설'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가설이 맞는지는 실전에 들어가봐야 알 수 있다. 우리가 '-를 하면 성과가 난다'라고 했을 때, 그 성공요인은 실은 성과를 내기 위한 전제일 때가 많다. 일찍 자지 않으면 새벽에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일찍 잔다고 해서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성공요인 보다는 숨어있는 실패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실패요인 제거로 인한 성과 향상률은 드라마틱하다. 문제가 없는데 무언가를 더 잘해서 올라가는 성과가 10이라면, 문제를 제거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성과는 30-50 수준이다. 그런데 이 실패요인이라는 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론화되기 어렵다. 또 실패요인이 다른 실패요인을 양산하는 식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가장 깊은 뿌리를 찾아 제거하는 게 먼저다. 이 뿌리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제 현장에 들어가야만 실패요인의 뿌리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만약 인간이 기계처럼 아는 대로 실행했다면 누구나 수영을 잘 하고, 수학시험에서 만점받지 못할 사람이 없었겠지. 공식을 알아도 어떤 상황에서 적용할 지는 또 다른 문제고, 현실적 변수를 고려하며 제대로 적용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노력뿐 아니라 지능과 인사이트, 그리고 인내와 창의도 필요하다. 이론은 그야말로 일의 시작을 위한 두번째 스텝 정도에 불과하다. 없어선 안되는 스텝이지만, 성과로 가는 여정에는 유사한 중요성을 갖는 여덟 개의 스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상이 복잡해졌다. 그 복잡한 게 빨리 움직이기까지 한다. 사실은 복잡해졌기 때문에 빨라진 거고, 빨라져서 더 복잡해진 거다. 작년과 올해는 다르고, 지난 달과 올해도 다르다. 어제의 기술과 오늘의 기술이 달라서 변수가 언제나 존재한다. 그 차이를 체크하는 것보다 새롭게 첨벙 들어가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레거시 코드를 보완하는 것보다 새롭게 짜는 것이 더 빠른 것처럼. 분석과 리서치는 과거다. 하지만 경험은 언제나 현재다.
분석과 리서치의 결과는 그 결과물 자체다. 그 이론을 가지고 성과를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프로젝트다. 무턱대고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건 아니지만, 컨설팅을 잘 받았다고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시장에서 현금화될 수 있는 '성과'가 목적이라면, 나는 훌륭한 컨설팅 보다는 경험을 선택할 것이다. 명석한 멤버들의 경험은 분석과 리서치를 포함하지만, 그 반대는 어렵기 때문이다.
분석과 리서치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레시피 책 한권으로 대박나는 음식점을 만들 수 있냐고 묻는 것 만큼이나 연결관계가 빈약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