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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pr 03. 2017

왜 어떤 스마트오피스는 스마트하지 않을까?

스마트오피스의 시작은 공간혁신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

스티브 잡스가 Mac 의 아름다운 UI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우연히 들은 캘리그래피(서체) 수업 덕분이었다면, 내가 지금 국내에 몇 안되는 스마트워크 디렉터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지난 7년간 근무한 공간비지니스룹 '토즈'에서 공간기획팀 팀장으로 일한 경험 덕분이다.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하면 그저 고급스러운 자재와 독특한 가구 말고 뭐가 더 있나 싶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토즈에서 다양한 건축가/인테리어 및 가구 디자이너/지점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또 기획 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고객들의 공간 이용 행태를 관찰하면서, 공간은 단지 공간을 구성하는 눈에 보이는 것들의 집합 그 이상이라는 걸 뼛속까지 깨달았다.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고, 눈에 보이는 가구나 자재들은 그 자체의 가치 보다는 '공간'이라는 게임판에서 이용자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그 공간의 룰(norm)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장치로서 의미가 더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0년에 기획했던 토즈 스터디센터 목동점(1호점) : 개인실 외에 장소 전환이 가능한 오픈공간을 제공해 학생들이 더 긴시간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는 당시 내가 기획했던 상업공간(모임센터)이나 학업공간(스터디센터) 뿐 아니라, 스마트워크의 하드웨어에 속하는 업무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스마트오피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공간에서 일할 사람들인 직원이며, 스마트오피스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직원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싶은지, 공간을 통해서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를 먼저 명확하게 해야한다.  


그 방향성이 명확하게 설정되면,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 이를테면 레이아웃, 동선, 가구, 조도, 마감재의 재질과 색상 등이 모두 그 방향을 향하도록 해야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가져온 도면의 평가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나 개인의 창의성이 아니라 그 방향성과 얼마나 부합하지는지를 기반으로 해야한다. '카펫같은 게 있으면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가 아니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현하는데 카펫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의미다.




스마트워크 리서치를 위해서 유럽에 한달 간 머물 때였다. 한 유명한 네덜란드 코워킹스페이스를 방문해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하니 파운더가 대뜸 이런 말을 한다. 


"Oh, then it doesn't take long for you to take a look at our space because most Koreans just take many pictures of the furniture, then leave. (아, 한국인이라면 별로 시간이 안 걸리겠네요. 가구 사진만 잔뜩 찍고 끝날테니까)"


말투와 표정을 통해 농담이라는 걸 쉽게 눈치챘지만, 그동안 한국의 기업/기관에서 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스마트워크를 이해하고 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스마트워크 오피스를 통해 실현하려는 큰 방향을 이해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사무실의 구성 요소들만 잔뜩 사진을 찍어가서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오피스'를 마구 복사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이게 아닐까.


그런 '경고'를 미리 들어서였는지, 수 년간의 공간기획 업무를 통해서 시각적인 것 너머의 가치를 이해해서였는지. 유럽에서 나는 공간을 둘러보고, 공간을 만든 이의 기획 의도를 인터뷰하고, 기획대로 유저들이 이용하고 있는지 리서치 결과를 공유받고, 이용자로서 그 공간에서 2-3일 정도 일도 해 봤다. 이용자들이 내는 것과 동일한 이용료를 내고. 그렇게 다차원적으로 접근을 해보니,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 스마트오피스들은 단지 평면도와 인테리어 사진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매우 명확하고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직원들의 협업을 유도하면서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한 Microsoft 스키폴 지점의 경우, 투명한 유리벽과 시선보다 높지 않는 낮은 벽들을 통해 물리적으로도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보이도록 함으로써 물리적인 투명성을 강조했고, 중소규모의 직원들이 함께 미팅을 할 수 있는 회의실이 5개층 구석구석에 있었다. 특히나 직원들이 우연히 만났을 때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공간(Nook)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Mircosoft  암스테르담 스키폴 지점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1인 기업가이거나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급이라 프라이버시와 가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코워킹스페이스의 경우, 미팅을 위해 외부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기다리는 시간이 뻘쭘하지 않도록 로비에도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해 두었고, 벽은 물론 벽면조차도 소리를 흡수하는 카펫 재질로 구성해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곳임을 암묵적으로 드러냈다. Microsoft 에서는 목소리를 높여 처음보는 사람과 small talk 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도, 이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네덜란드의 한 코워킹스페이스 로비 전경


우리 회사도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유인은 비록 보기 좋은 해외의 사무실이나 최첨단 가구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실행은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고 싶은지, 그리고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 양식을 지배할 가치는 무엇이길 바라는지 말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가?
우리 회사의 직원들을 이끌 가치는 무엇인가?

물론 이 두 가지 질문은 상위의 질문 '스마트오피스를 통해서 이루려는 궁긍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하게 하려는 것인지, IT 제조 산업의 R&D분야 혹은 세일즈 분야의 해외 인재들을 유인하려는 것인지, 현재 직원들의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것인지, 외부와의 협업을 극대화하려는 것인지, 반대로 조직과 체계 순응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인지 등등. 


스마트오피스를 통해서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는 기업마다 다를 것이지만, 스마트워크의 관점에서 보는 일반적인 답들은 존재한다. 이 부분은 스마트오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직원(이용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간혹 창의성/협업/인재유인/효율성 모든 것을 다 동시에 목표로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결국 모든 걸 다 이룬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는 우선순위가 꼭 필요하다. Everything Means Nothing! 모든 걸 한번에 얻겠다는 건 아무것도 얻지 않겠다는 것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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