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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pr 05. 2017

혁신형 스마트오피스 구축 프로젝트 사례

스마트오피스 구축 - 이용자 이해, 목표설정, 기대하는 행동/가치 명확화

지난 포스팅에서 나는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1) 공간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용자'다.
(2)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오피스의 시작은 스마트오피스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궁긍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3) 그 방향성 아래,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직원들의 내면에 부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 아래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를 바탕으로 진행했던 A그룹의 스마트오피스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A그룹은 국내에 다수의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으로, 그룹 내 비교적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한 마케팅팀 등을 대상으로 본사 내 스마트오피스를 구축코자 했다. A그룹의 본사 건물은 10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마트오피스를 시범적으로 이용할 마케팅팀은 3층에서 고정좌석제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9층과 10층은 중역 회의실이 구축되어 있거나 일부는 비어있는 상태였는데, 우리가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할 곳이 바로 여기였다.


A그룹의 혁신형 스마트오피스 구축 TFT 멤버는 총 10여명. 
스마트오피스의 컨셉 및 방향성을 잡고 나가는 일을 내가 맡았고, 이를 도면으로 구체화하고 공사로 구현하는 일은 전문 인테리어/가구 업체가 맡았다. 스마트오피스의 직접적인 이용자인 A사의 팀장 몇 분이 현업 심의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가장 중요한 실무는 A사의 총무팀/공사팀/구매팀의 주요 멤버들이 담당해 주었다. 


■ 프로젝트 명 : 혁신형 스마트오피스 구축
■ 이용팀 특성 :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마케팅팀 외 1개팀
■ 이용 직원수 : 약 100명


공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사람이다

TFT 초기,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이 당연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간과할 뻔 했다. 자사 직원이라는 익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그들의 상황과 니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데스크와 의자 샘플들을 구경하고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테리어 설계 회사에서 네 번째 미팅을 한참 하는데 이런 질문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과연 마케팅팀 직원들은 업무 공간 내에 식물이 있는 걸 좋아할까?" "마케팅팀 여자 직원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한 층을 올라간다면 그걸 불편해할까, 아니면 별 상관이 없을까?" "마케팅팀은 어떨 때 일에 집중을 못한다고 생각할까?" 등의 기본적인 의문점이었다. 


그러다 총무팀의 한 실무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언젠가 그룹사의 한 사무실에 거금을 들여 자연 컨셉을 실내로 들여온 적이 있었어요. 보통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공기도 정화시켜 주니까 별 컨선이 없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시큰둥이었어요. 그 사무실이 있는 지역이 서울이 아닌 지방 외곽이라 사무실만 나가면 온통 자연 투성인데, 회사에서까지 그 자연을 보기는 싫다는 거예요. 그들은 반대로 좀 차갑더라고 모던하고 엣지있는 분위기를 원한다고 하더군요. 완전 잘못 짚은 거죠"


그 에피소드가 끝나자 회의실에 있던 TFT 멤버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였다. 구글폼(Google Form)을 이용해서 약 10-20개 사이의 설문지를 만들고, A그룹의 마케팅팀 팀원들에게 설문지 링크를 문자로 보내서 약 이틀 간 답을 받는 것이다. 설문 항목에는 사무실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주세요' 따위의 질문은 없다. 그저 지금의 이용상태와 불편한 점, 혹은 바라는 점 등을 직접적으로 묻는 항목들 뿐이다. 


Q. 제작년에 구축된 4층의 스마트오피스를 몇번이나 이용했나요?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뭔가요? 
Q. 업무 중에 휴식이 필요할 때는 주로 어디서 휴식을 취하나요?(복수응답 가능) 
Q. 만약 소음과 시선이 차단된 독립공간이 있다면 일주일을 기준으로 얼마나 자주 이용하고 싶나요? 
Q. 본인의 책상 외에서 미팅을 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되나요? 
Q. 본인의 사무실 밖에서 외근을 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되나요? 
Q. 지금 당신의 사물함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이렇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얻은 정보들이 모두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답변의 7-8할은 이미 짐작가능한 것들이고, 답변의 2-3할 정도만 짐작했던 것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것들이다. 특히나 특정 행동을 취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은 밖에서 짐작한 이유와는 달리 아주 사소한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설문조사 결과 예상 외의 답변들은 그야말로 설문을 통해 얻은 소중한 인사이트다. 특히나 추후 이용자의 목소리를 간과했기 때문에 어이없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미연에 눈치챌 수 있도록 해 준다. 


설문을 통해 얻은 답변들을 스마트오피스 기획에 직접 반영할 것인지 아닌지는 또 다른 이슈다. 직원들이 원하더라도 스마트오피스의 방향성과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관련성이 적은 이슈라면 굳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충족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이 잘 되는 곳'을 만들려고 모인 거지 '생활하기 편한 곳'을 만들려고 모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오피스를 통해서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보기 좋은 공간은 널리고 널렸다. 

엣지있고, 세련되고, 최첨단 IT 설비가 들어간 사무실로 널리고 널렸다. 우리는 과연 잡지에 실렸을 때 보기 좋은 사무실을 만드는 게 목적인가? 그 대답이 No 라면, 두꺼운 가구 카달로그를 펼치기 전에, 무거운 캐드 프로그램을 열기 전에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스마트오피스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그룹의 경우 스마트오피스 구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서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한다'였다. 즉, 스마트오피스는 (a)구성원들이 기존 사무실에서 일할 때 보다 높은 수준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b)높은 몰입이 가시적인 팀 성과 창출로도 드러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 A그룹 스마트오피스 방향성(목표)
    :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서,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한다


이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앞으로 스마트오피스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9층의 모서리 창가에 0.5평짜리 폰부스를 만들자'는 의견을 평가할 때 우리는 개인의 취향이나 최근 트렌드 따위 보다는 '모서리 창가에 설치한 0.5평짜리 폰부스가 과연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여줄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팀의 성과와 연관성이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팀장에게 고정 좌석을 줄지 말지를 결정할 때도, 

엘리베이터홀과 업무공간 사이에 문의 형태를 결정할 때도, 

심지어 사물함을 쌓을 높이를 결정한 때도, 

우리는 이 목표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공간을 구성하다 보면 업무 몰입도와는 상관없는, 즉 이래도 저래도 업무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어떻게 결정하더라도 대세가 아니므로 과감하게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맡기거나, 혹은 절대비용이나 가성비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면 된다. 


 

스마트오피스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길 기대하는가?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가치를 내면화하길 바라는가?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즉 방향성을 설정했다면 이번에는 그 방향성과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과 가치를 명확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위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A그룹의 경우 위에서 설정한 '몰입도와 성과창출'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직원들의 행동과, 직원들이 내면화하길 바라는 가치를 서술하면 된다.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행동] (예)

- 사무실을 최고의 업무공간으로 여기고 장시간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이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다. 

-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은 과감히 버릴 줄 안다.

- 업무에 필요한 활동을 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노동력을 쓰지 않는다. 

- 업무 관련 활동을 미리미리 스케줄링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내면화시키고 싶은 가치 - 중요도순] (예)

- 성과와 효율성 우선주의
- 팀장 중심의 팀워크
- 개인의 개성 존중   
- 페이퍼리스 (Paperless)


그리고 이제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나열해 본다. 이는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올 수도 있고, 대학의 논문이나 연구소의 리서치를 통해서 얻을 수도 있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 

- 집중도가 다른 다양한 업무공간 중에서, 개인의 특성이나 업무 특성에 최적화된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다.  
- 집중(Concentration), 휴식(Relaxation), 교류(Communication)의 순환이 충분히 이루어져서 사무실을 일하기 가장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 몰입을 필요로 하는 경우, 몰입을 방해하는 에프킬러(Flow-killer: 급작스러운 미팅, 동료의 도움 요청, 상사의 호출, 소음)로부터 자신을 피신시킨다.
- 신체적인 피로도를 높이는 인공적인 자극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을 적극 조성한다 (형광등<자연광, 직접조명<간접조명, 인위적인 장식 < 자연과 식물)
-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접속을 강화한다. (일을 하는 목적, 추진방향, 기한, 자신의 역할, 가용 리소스)
- 본질에서 벗어난 업무는 모두 기계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자동으로 처리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내면화시키고 싶은 가치의 경우에는, 그 가치를 소구하는 방식이 매우 엘레강스해야 한다. 무식하게(?) 사무실 중앙에 '성과와 효율 중심주의'라는 문구를 크게 써서 붙이는 게 아니라, 공간을 통해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암묵적이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직원들의 의자 브랜드와 색을 모두 다르게 세팅할 수 있다. 페이퍼리스(Paperless)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린터 대수를 줄이고 그 마저도 사무실 구석으로 모는 것이다. 좀 더 강하게 A4 용지 한장당 100원의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팀장 중심의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팀장에게는 고정석을 주고 그 주변으로 자율좌석 3-4개를 배치할 수도 있다. 


짐작했겠지만, 여기서부터가 인테리어/가구 디자이너, 그리고 TFT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튼튼한 방향성, 비전(구체적인 모습), 중요한 가치가 앞에서 튼튼하게 설정된 상태이므로 이를 구심점으로 자유롭게 리서치와 아이데이션이 이루어지면 되고, 적절한 것을 선택하여, 평면과 입면을 그려가면 된다. 




이로써, 스마트오피스 구축의 가장 중요한 단계 - 방향성과 목표 설정 단계가 마무리되었다. 다음에는 스마트오피스의 다양한 목표들을 실현시켜주는 구체적인 솔루션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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