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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19. 2023

<리바운드> 성과를 내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닫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에서 펑펑 눈물이 났던 의외의 장면


오늘 나는 

단지 넷플릭스에서 1위하는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내가 이 삶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보았다.


농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할 스토리일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노크를 하며 괜찮냐고 물었을 만큼 눈물을 쏟았다. 장항준 감독님의 의도와는 좀 다르지만, 내가 눈물을 쏟은 장면들이다. 



나의 일하는 방식을 반성하게 만든 장면


이제부터는 각자 스스로에게 잘 맞고
또 잘할 수 있는 거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거다

이 흔한 대사는 나의 과거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했다. 팀원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을 강조했던 내 모습. 그런 '전략'은 당시 우리 팀에게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개인이 행복했는가에 대해 나는 자신이 없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는 좋았지만 팀원들은 그 과정 내내 견뎌야했던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려웠다. 


그건 내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왜 나는 팀원들이 각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으면서, 그들이 잘하는 것을 그저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까. 나는 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부족한 부분에만 집중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이 장면에서 확 끌어오르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깨닫게 만든 장면



"골대를 기점으로 니가  오른쪽 45도로 출발을 해"
"내가 바로 숫 쏘고"
"그럼 나는 로우로 가는 게 낫겠네"
"그럼 나는 어디 있어야 되는데?
"여기 있잖아, 여기"

코치의 명령에 선수들이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유니폼을 세탁기에 넣고 나오는 입구에서 그렇게 한명 두명이 모여서 전략을 짜는데, 나는 이 장면이 우리가 이 생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목적을 향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믿고 기대고, 함께 이뤄낸 성취를 통해 연결감을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이고, 그 자체가 일의 결과라는 생각이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강하게 들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깨닫게 만든 장면



발랄하고 자신감있게 코트를 누비는 정진욱 선수를 보면서 감독이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부산중앙고의 강양현 코치가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메세지를 줬다. 


더 너그럽고, 더 유쾌하고, 잘하면 맘껏 칭찬하고, 힘들면 도와달라고도 말하는 인간다운 동료.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동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그런 인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 경기 장면을 보는 내내 들었다. 


존경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그냥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와 더 닿아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란 생각에 눈물이 펑펑 났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다 보고 메이킹 영상을 찾아보니 이 영화를 촬영한 장면 속에는 장항준 감독님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있었다. 


맞아! 이 영화, 장항준 감독님의 영화였지!

 영화를 찍는 동안, 그 안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고 자기답게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님이 만든 이 영화에는 구석구석에는 그 따뜻함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어쩌면 우리의 영혼이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삶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려고 했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단지 넷플릭스에서 1위하는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내가 이 삶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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