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에서 펑펑 눈물이 났던 의외의 장면
오늘 나는
단지 넷플릭스에서 1위하는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내가 이 삶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보았다.
농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할 스토리일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노크를 하며 괜찮냐고 물었을 만큼 눈물을 쏟았다. 장항준 감독님의 의도와는 좀 다르지만, 내가 눈물을 쏟은 장면들이다.
이제부터는 각자 스스로에게 잘 맞고
또 잘할 수 있는 거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거다
이 흔한 대사는 나의 과거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했다. 팀원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을 강조했던 내 모습. 그런 '전략'은 당시 우리 팀에게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개인이 행복했는가에 대해 나는 자신이 없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는 좋았지만 팀원들은 그 과정 내내 견뎌야했던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려웠다.
그건 내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왜 나는 팀원들이 각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으면서, 그들이 잘하는 것을 그저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까. 나는 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부족한 부분에만 집중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이 장면에서 확 끌어오르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골대를 기점으로 니가 오른쪽 45도로 출발을 해"
"내가 바로 숫 쏘고"
"그럼 나는 로우로 가는 게 낫겠네"
"그럼 나는 어디 있어야 되는데?
"여기 있잖아, 여기"
코치의 명령에 선수들이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유니폼을 세탁기에 넣고 나오는 입구에서 그렇게 한명 두명이 모여서 전략을 짜는데, 나는 이 장면이 우리가 이 생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목적을 향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믿고 기대고, 함께 이뤄낸 성취를 통해 연결감을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이고, 그 자체가 일의 결과라는 생각이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강하게 들었다.
발랄하고 자신감있게 코트를 누비는 정진욱 선수를 보면서 감독이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부산중앙고의 강양현 코치가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메세지를 줬다.
더 너그럽고, 더 유쾌하고, 잘하면 맘껏 칭찬하고, 힘들면 도와달라고도 말하는 인간다운 동료.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동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그런 인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 경기 장면을 보는 내내 들었다.
존경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그냥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와 더 닿아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란 생각에 눈물이 펑펑 났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다 보고 메이킹 영상을 찾아보니 이 영화를 촬영한 장면 속에는 장항준 감독님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있었다.
맞아! 이 영화, 장항준 감독님의 영화였지!
영화를 찍는 동안, 그 안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고 자기답게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님이 만든 이 영화에는 구석구석에는 그 따뜻함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어쩌면 우리의 영혼이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삶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려고 했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단지 넷플릭스에서 1위하는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내가 이 삶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