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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Dec 31. 2023

당신의 친환경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거짓이다

감정적인 환경보호의 이면과 기회비용에 관한 WIRED 기사 번역/요약

환경보호에 관한 선입견을 깨는 기사가 WIRED 지에 실렸다. <Your Eco-Friendly Lifestyle Is a Big Lie> 라는 다소 과격한 타이틀이 붙었지만, 다양한 사례가 포함된 기사를 읽다보면 금세 제목이 이해가 된다. 환경에 큰 관심이 없던 나 조차도, 그동안 우리의 친환경이 얼마나 자기만족이었는지, 왜 환경보호가 개인적인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통찰이 가득한 기사인데도 전문이 영어인데다 길이도 짧지 않아서 많은 한국인들이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기사를 쉬운 한국어로 번역했고,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재구성을 했다. 내용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몇몇 사례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로 변형했다.


[기사 요약] 
환경보호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직관에 기반하기 보다는 과학적 증거와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종종 우리에게 자연스럽거나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반대로 환경 친화적이라고 생가하는 유기농은 기존 방식과는 큰 차이가 없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은 좀 더 객관적이 되어야 하며, 기존의 선입견에 맞지 않더라도 환경보호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Q.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은 거짓이다" 라는 제목은 상당히 과격하게 들려요. 어떻게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거짓일 수 있는 건가요?


충격을 줬다면 미안해요. 

제가 이렇게 말한 의도를 좀 더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저희 아파트 단지에는 작은 호수를 빙 둘러서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어요. 가끔 백로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산책길이죠. 근데 주변에 덤불이 많아서 둘이 걷기는 어렵고, 비오는 날이면 길이 진흙탕으로 변하곤 했지만, 그래도 대도시에 있는 몇 안되는 자연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얼마 전, 지자체에서 나온 현장 공무원들이 이 덤불을 다 잘라버리고 흙길도 없애버렸어요. 대신 아스팔트를 깔아서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죠. 그 날 아파트 입주민들이 소통하는 카톡에서는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자연을 아스팔트로 다 포장하려는 건가? 언젠가는 한라산도 포장해야 할 듯"이라며 비꼬는 사람도 있었죠. 반면, 이제 가족과 자전거를 타고 자주 호수로 갈 수 있게 되서 좋다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아스팔트 길이 이전의 흙길에 비해서는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 많은 주민들이 호수를 즐길 수 있게 됐어요" 라면서요. 



아파트 입주민의 카톡 대화 하나로 환경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끌어내는 건 무리지만, 이 사건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단면을 보여줘요. 환경에 대한 우리의 감정만으로 무엇이 환경보호에 최선인지를 판단하면 실제와 다를 수 있어요. 제가 경험한 건 동네의 작은 호수 산책길이었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요. 핵에너지, 인공육, 도시밀집 등은 환경보호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은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대안이에요. 우리의 감정을 떠나 실제 데이터로 보면요. 



Q. 말씀을 들어보니, 이제는 감정에 기반한 환경주의가 아니라 좀 더 데이터에 기반한 환경주의로 방향을 돌려야 할 필요가 느껴지네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환경보호를 하고 있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관련해서 재미있는 여론조사가 있어요.

2021년, 30개국에 사는 2100명에게 9가지의 환경보호 행동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어떤 행동이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줄일 수 있는지를 물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재활용'이었고, 이어서 '재생 에너지 사용',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 순서로 답변했어요. 



근데 여기에 반전이 있어요. 실제로 각 행동이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지를 산출해 보면 '재활용'은 끝에서 세 번째로 낮았고, 심지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는 가장 효과가 없었어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행동 중, 어느 것도 실제 온실가스 감소 수치를 효율적으로 낮추는 것은 없었죠. 실제로 온실가스 감소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자녀 수 한명 줄이기', '자가용을 구입하지 않기', 그리고 '장거리 여행 피하기' 였어요. 환경보호에 효과적인 방법들이 사람들에게는 흔히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죠.



Q. 신선하네요. 저도 이 설문에 참여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답을 했을 거예요. 혹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이렇게 직관과 다른 경우가 있나요? 


네, 식단과 관련해서도 일반적인 선입견과 다른 결과가 있어요.


같은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해외에서 수입한 채식'과 '현지에서 생산된 육류/유제품' 중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식단을 선택하라는 요청을 받았죠. 과반수가 넘는 57% 의 응답자들은 '현지에서 생산된 육류/유제품'을 선택했어요. '해외에서 수입한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은 20% 였고, 나머지 23% 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식단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예요. 현지에서 키운 소고기와 현지에서 짜낸 우유를 든 지역 농부의 모습은 매우 친환경적인 이미지이지만, 가장 탄소 배출량이 높은 식품이 바로 소고기와 유제품이거든요. 탄소 배출량은 음식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보다는, 그 음식 자체가 무엇인가에 달려있어요.



Q. 현지 농산물이나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인가요?


그런 의미는 아니예요. 

다만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 지 결정할 때, 그 이점이나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만약 현지 농부나 축산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지역의 소고기를 먹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소고기 보다는 닭고기를 선택해야죠. 동물복지가 우선이라면 닭고기 보다는 채식이 맞고요. 



유기농 식품도 마찬가지에요. 

흔히 유기농은 매우 자연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유기농이 전통적인 농업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고요. 유기농은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토지사용 측면에서는 불리해요.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2030년까지 농지의 1/4 을 유기농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로 인해서 토지의 생상량은 7-12%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요.  



Q.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참여하는 친환경적 행동이 실제로는 효과가 적을 수 있겠구나 싶네요. 


정확해요. 

만약 티비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베지테리안 버거'와 '넓은 들판에서 자란 유기농 소고기'가 나온다면, 직관적으로 플라스틱 용기의 버거가 더 환경 친화적이라고 느끼긴 어려울 거예요. 실제로는 모든 측정에서 플라스틱의 버거가 더 환경 친화적인 선택인데도 말이죠. 이처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런 감정적인 환경보호의 문제를 비판한 과학자도 있어요. 한나 리치(Hannah Ritchie)는 데이터 과학자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첫 세대가 되려면>의 저자인데요. 그녀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해요.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 넷플릭스 청취에서 핸드폰 충전에 이르기까지 - 탄소를 배출한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일상을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희생이자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하는 이 모든 행위들이 과연 실질적으로도 효과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당수의 환경보호 활동은 거의 효과가 없는 불필요한 노력이자 스트레스다. 심지어 실제로 환경보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놓치는 비용까지 든다"



Q. 도시와 시골은 어떤가요? 제 생각엔 유리와 콘크리트로 가득찬 비좁은 도시 보다는, 넓직하고 숲과 나무가 많은 시골에 사는 것이 자연친화적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이것도 반전이 있나요?


제대로 맞췄어요. 

빡빡한 도시의 이미지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탄소배출량이 더 적어요. 효율적인 대중교통과 난방 시스템 때문이죠. 물론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요. 그러나 도시 자체가 인류를 파괴하는 상징은 아니에요. 제대로만 한다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요.


도시의 복잡하고 더러운 지하철은 자연환경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대중교통은 가장 친환경적인 이동수단 중에 하나예요. 첨단시설을 갖춘 거대한 원자력 발전소는 푸른 자연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원자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방법 중 하나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닐봉지 보다 토트백이 훨씬 자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치를 살펴보면 특히 그렇지도 않은 게 사실이에요.




Q. 우리가 먹는 것에서 사는 곳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선입견과는 다른 사실들이 정말 많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거짓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제는 기후변화나 환경보호를 위해 뭘 할 것인지 결정할 때, 감정이나 직관 보다는 실질적인 수치와 영향력을 근거로 접근할 때가 됐어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활동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순전히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환경보호를 하는 것도 괜찮고요. 하지만 진심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왠지 이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환경보호에 훨씬 효과적인 방법에 등을 돌리지는 말아야 해요.




<핵심만 말할께>에서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인사이트 가득한 책/강연/기사를 전문가가 아닌 한국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하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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