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천국과 지옥의 공통점: 삶이 아주 단순해진다
지난 달, 말라가에서 귀국하면서 쭉 몸이 안 좋았어요.
처음엔 시차 때문이려니, 매일 하던 요가를 안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한달 간 쭉쭉 올랐던 주식이 급락하는 것 마냥 매일매일 컨디션이 악화되더라고요. 홈트라도 해 보자고 요가를 시도했다가 30분도 안 돼서 갈비뼈가 찌직, 며칠 동안은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 했어요. 컴퓨터와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목디스크도 슬금슬금 찾아왔고요. 집중력이 낮아지니 같은 일을 하는데 시간은 두 세 배가 되고, 그에 비례해서 몸은 오랫동안 쓰지 않은 자전거처럼 삐걱거리고. 설상가상으로 가뭄에 콩 나듯이 햇볕이 나서 자연적 힐링도 어려웠어요.
그러다 지난 주, 중요한 촬영과 특강 이후 5년 간 한국에서 일했던 프랑스 친구의 귀국 준비를 도우면서 쿠쿵! 몸이 무너졌어요. 경기도 이남으로 이사 온 후엔 감기 한번 안 걸렸는데, 이번엔 기침부터 몸살까지 감기의 증상이란 증상은 모두 절 찾아온 듯 했습니다. 두통 때문에 간단한 가족 논의조차 어려웠어요. 화상회의가 있는 날은 타이레놀과 비타민C를 먹어야만 했죠. 증상완화를 위한 약물은 지양하는 편이라 타이레놀은 일년에 세 알 정도 먹는데, 지난 두 주 동안만 다섯 번을 먹었네요.
그렇게 심하게 앓고서 오늘에야 겨우 좀 '괜찮아'졌습니다. 말라가에서 느꼈던 깃털같이 가벼운 컨디션은 전혀 아니지만, 물 마시러 주방에 가는 걸 갈등할 정도는 벗어났죠. 두통도 심하지 않고, 으실으실 춥지도 않아요. 지금처럼 복식호흡하며 조용히 앉아있으면 크게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이제 40대 중반인데 이런 상태를 '괜찮다'고 말하는 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지난 석 달간 저는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라는 형용사로는 부족할 만큼의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같은 몸으로, 말라가에서는 새 같이 가벼운 한 달을, 파리와 한국에서는 물먹은 스펀지 같은 두 달을 보냈죠. 맑은 말라가에서는 매일이 선물 같았고, 흐린 도시 속에서는 매일이 도전이었어요.
한가지 공통점은 있었어요
삶이 아주 단순해 지더라고요
말라가에서는 하루 한 끼의 든든한 식사, 태양, 바다, 가족(동료), 푹신한 침실 외에는 더 필요한 게 없었어요. 한국에서 아플 때도 비슷했어요. 신선한 식재료의 한 끼, 태양, 가족(친구와 반려견), 파란 하늘, 따뜻한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어요.
그 외에 본질이 아닌 것들 - 도파민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콘텐츠, 읽고 싶기 보다는 읽어야 할 것 같은 베스트셀러 광고, 커리어를 채우기 위한 학위, 내 삶과 관련없는 공연/전시/영화, 서랍을 꽉 채운 옷들, 쓰지도 않는 전자제품, 메신저의 아바타, 카드사의 포인트, 감정을 자극하는 대화 혹은 댓글 등 - 천국에서도 지옥에서도, 한마디로 본질이 아닌 것에서는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라지더군요.
이 상황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것이 20년 후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 제 환경은 실제 달라진 게 없지만 그 환경을 보는 눈은 180도 달라졌어요. "이 상황의 본질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이 20년 후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내가 어디에 돈과 시간과 신경을 써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어요.
연락없던 누군가가 갑자기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는 이 행위의 본질이 뭔가"를 생각하다보면, 그동안 연락이 있었든 없었든 바로 돕게 돼요. 언제 클릭했는지도 모르는 쇼츠에 몇 십분 간 빠졌다가도 "이게 본질인가" 생각하면 바로 앱을 닫게 되고요, 당장은 돈이 안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지쳤을 때도 "이게 수년 후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다시 힘이 생겨요. 내 호의에 방어적이거나 내 호의를 이용하려는 사람을 대할 때도 "무엇이 본질인가"를 잠깐 생각해 보는데, 그려면 금세 마음이 가라앉아요.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거나 최소한 상처주는 말은 안 하게 되죠.
이제 시작이라 아직도 어떤 것이 본질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그런 기준을 갖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삶의 '본질'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제 중요하지 않은 일에 깐깐한 사람, 주변 사람들이 눈치보는 사람이 되진 않으려고요. 생명의 본질은 연결이지, 분리가 아니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나는 올해 최상과 최고의 웰빙을 경험한 걸까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가 행복의 요건이라 말했던 '중용(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평정상태)'을 적용한다면, 그동안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던 삶의 방향을 이제는 서서히 틀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큰 깨달음을 위해 웰빙의 천국과 지옥을 단 시간에 경험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는 오는 겨울에도
다시 말라가로 웰빙 워케이션을 갑니다.
지금 하는 일을 최소화하되 멈추지는 않으면서(워케이션), 저의 본질적인 건강과 행복(웰빙)에 집중하는 시간을 매년 갖기로 했지요. 40대 중반인 저에게 이 Well-being(웰빙)은 Wealth(부)를 훨씬 넘어선 우선순위가 되었거든요. 다음 말라가 프로그램은, 현지 경험을 더 단순화하고 지향하는 가치도 '웰빙'으로 일원화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제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서도요.
다음 겨울까지 대략 반 년이 남았네요.
삶의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서, 몸과 마음의 웰빙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편하게 메세지도 주시고 댓글도 주세요. 제가 놓친 부분에 대한 조언도 좋고 비판도 괜찮습니다. 이제 저는 남에 의해서 행복한 사람이고 싶기 보다는, 내 존재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고 싶거든요. (이 말을 하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 지 모르겠네요. 아마 이게 제가 살고 싶던 삶이었나봐요)
다음 말라가 '웰빙' 워케이션은 2024년 11월 - 3월 사이에 3-4회 정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기간은 2주이고 회당 인원은 10명 내외에요. 기업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지만 1회는 개인 참가도 가능해요.
자연 속에서 코치/마스터와 함께 진행하는 요가, 수영, 크로스핏, 헬스, 조깅, 자전거, 댄스, 테니스, 로컬파티가 준비되어 있고요, 운동 스케줄은 모두 준비되어 있되 참석여부를 포함한 일정은 개인이 100%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에요. 쇼핑/관광/식사는 오리엔테이션 이후 멤버들이 자유롭게 진행해요. 참가비는 인당 400만원 선으로 숙박, 보험, 전체 프로그램 기획/운영비가 포함됩니다 (개인 쇼핑, 관광, 식사, 항공, 차량은 비용차이가 커서 개별로 지출해요).
2024년 말에 관련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겠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dooook@gmail.com 으로 메일을 주시면 미리 상세한 안내를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