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건물 사이에 있는
이 작은 오뎅집은 특별했다
나는 도시도, 술도, 다닥다닥 붙어 앉은 자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운터석(カウンター席) 때문에 이런 작은 음식점을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의 식음료 매장들은 한국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이번에 후쿠오카에서 방문한 대부분의 음식점과 카페들은 4-6평의 작은 크기였다. 이런 곳은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10-15개 남짓인데, 카운터 열 석에 테이블 2-3개가 전부다. 생면부지인 사람들과 붙어 앉는 건 기본이고, 한 사람이 나가려면 손님 전부가 일어서야 하는 곳도 있다.
다닥다닥 앉아야 하는 '소박한' 테이블과 '느낌 있는' 일본식 작은 매장은,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 그 공간에서 주문을 하고 식사를 해 보니 알겠다. 왜 이런 비좁은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지. 특히 (후쿠오카 같은 대 도시에서는 예약도 어려운) 카운터석(カウンター席)을 고집하는 사람을 말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거의 대부분의 매장은 바 형태의 카운터석을 가지고 있다. 등받이가 없는 높고 작은 스툴을 배치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아도 열 석은 가능하다. 혼자나 둘이 앉기 좋고, 바리스타나 주방장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지루함이 없다. 먹방이나 라이브게임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시야가 넓은 큰 매장은 편안함을 준다. 타인의 드나듦이나 나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주 작은 매장도 편안함을 준다. 벽과 천장이 몸 가까이에 있어서 안전하고 아늑하다고 느낀다. 낯선 사람도 일정 거리 이상 안으로 들어오면 친밀감이 빠르게 높아진다. 좁고 낮은 공간은 밖과는 분리된 '아늑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유럽 문화가 편안한 나에게 이번 일본 워케이션은 도전이었다. 짧은 비행시간과 따뜻한 날씨 때문에 후쿠오카를 선택했지만, 폐쇄적인 일본 문화와 소비중심의 도시라이프는 달갑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카운터석 중심의 작은 매장'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줬다.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아서 카운터석을 혼자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다시 한번 일본을 온다면 꼭 혼자 앉아서 일을 해 보고 싶다.
오늘은 5박 6일, 후쿠오카 워케이션의 5일 차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차분히 지난 경험과 생각을 정리 중이다. 내일 한국에 돌아가면, 유튜브에는 없는 후쿠오카 워케이션 꿀팁을 좀 공유할까 싶다. 유튜브는 너무 먹방 투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