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과 강연은 훌륭한 힌트를 주지만, 그것은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다른 조건으로 세상에 왔다. 같은 상황을 경험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거기서 같은 걸 느낄 가능성은 더 없다. 체험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말과 글에 의지하면 결국 집착과 허무함만 남게 된다.
책과 영상은 덮어두고, 상황에 나를 푹 담가봐야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순수한 느낌이 바로 내 것을 알아채는 바로미터다.
그렇게, 나를 편하게 하고, 충만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삶을 천천히 채워야 한다. 동시에 나를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불평하게 만드는 것들은 서서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다운 삶, 내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나 우튜브에 나오는 라이프스타일은 그게 뭐든 가짜일 수 밖에 없다. 무엇이 내게 최고의 라이프스타일인지는 내가 안다. 아니 나 밖에 모른다.
그렇게 내 가치관과 상황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게 되면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상태가 된다.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내가 되기에 부딪힐 것이 없다.
남을 의식하지도 않고, 타인에 대해 왈가왈가하지도 않는다.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신이 인간에게 그러하듯이.
워케이션은 단순히 다른 지역을 '다녀오는' 것이 아니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머물러' 보면서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지 경험해 보는 것이다. 그 경험을 위해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은 이벤트일 뿐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직장인이든 전업주부든 최대한 평소의 삶을 유지하면서 머무른다. 워케이션의 '워크(Work)'가 꼭 사무실에서의 일만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2018년부터 그런 워케이션을 시도했다. 평생 살아온 '대한민국의 도시'라는 환경과는 다른 곳에 살아보면서, 다른 루틴을 경험하고, 다른 음식을 먹어보고, 다른 자연을 보면서, 그렇게 점차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을 찾았다.
나는 호텔 뷔페보다 방금 만든 단일 음식이 좋고, 한정판 에르메스 가방보다 아침 일출이 좋고, 서울 아파트보다는 해변 원룸이 좋다. 이렇게 찾은 내 선호를 점점 늘려가고 자주 하면, 어느새 내 루틴이 되고, 그 반복이 쌓이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그래서 어렵지만, 또한 그래서 쉽다. 누구나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든 예는 나니까 좋은 것이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좋은 건 아니다.
우리에겐 각자의 정답이 있다. 당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은 당신의 경험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 죽음만큼이나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폰과 책을 덮고 어디론가 가보길 권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해보길 권한다.
뇌만 비대해진 영혼으로
타인의 인생에 끌려다니길 멈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