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당호 갤러리 카페의 Pros & Cons: 공간 및 운영 관점에서
예당호와 조각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 앱의 장식 기능 따위로는 범접할 수 없는 퀄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이 최고의 위치에 자리잡은 한 갤러리 카페에 들렸다. 도로에서 봐도 눈에 띄는 건축물인데다, 후기 포스팅도 많아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치가 최고다.
우선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위치고 주변에는 잘 정리된 조각공원이 있어 시각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서향 통유리로 부드러운 자연광이 실내에 가득하고, 실내와 실외의 점유율 측면에서 어느 쪽도 과하지 않다. 카페 바로 앞 주차공간은 없지만 걸어서 1-2분 거리에 조각공원 주차장이 있다. 자연 안에서의 1-2분 거리는 노동이 아니라 여유다.
좋은 배경음악이 공간에 향을 입힌다.
선곡이 카페의 인테리어와 합이 맞다. 어느 세대의 누가 들어도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없는 곡들로 잘 선곡된 느낌이다. 내 favorite 은 아니라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들이다. 스피커도 실내/외 적당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고 불륨의 체감도도 공간별로 차이가 적다. 결론적으로 청각적으로도 깔끔하다. 잡음이 거의 없다.
커피의 맛
분위기도 가격도 분명 고급 카페인데 커피 맛은 서울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2800원짜리 맛이다. 바리스타의 문제인지, 기계의 문제인지, 오늘 내 기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커피값 6,000원 중에서 맛의 지분율은 20% 정도인가 싶다. 안에서 마시는데 테이크아웃 컵에 주는 건 정말 별로다. 난 집에서 물을 먹을 때도 종이컵은 쓰지 않는데.
인테리어의 꽃은 운영하는 사람
주인 내외 분이 공간 운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나 분주함이 남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매장의 주인이 그 매장에 애정을 가지고 머무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방금 노트북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나온 복장으로 커피 주문을 받는 건 에러다. 평일 낮이라 그런 거겠지만, 주방과 스태프룸을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주인 내외 분 역시 눈에 거슬린다. 나는 맥도날드가 아니라 '카페'를 온 거라고!
가구의 선택과 배치
가구가 어떻게 공간을 죽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몸매 좋은 남자가 기지바지를 배까지 끌어올려 입고 흰 양말을 신은 것 같다. 가구가 공간보다 과한 것은 낭비지만, 공간만도 못한 가구 역시 공간의 가치를 낮춰버리는 낭비다. 가구 하나하나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가구의 배치 역시 그렇다. 애초에 이 건물의 건축가가 갤러리답게 스타일있는 천장을 설계했으나 (구축 비용도 더 들었을 거고), 30명이 수업하는 중학교 교실같은 가구 배치가 공사 비용에 추가로 들인 비용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카페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전문 바리스타
나라면 커피를 좋아하고, 같은 기계로도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고, 이 갤러리의 분위기와 음악에 어울리는 파트타이머를 당장 고용할 것 같다. 주인 내외분 중 한 분이 그 사람이 되어도 좋고. 어떤 경우든 편안한 웃음, 커피 만드는 실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복장은 기본이다.
가구, 적재가 아닌 배치를!
가구를 당장 바꾸는 건 어려우니 배치에 대해서 자문을 얻을 것.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공간기획자가 괜히 그 타이틀을 달고 있겠나. 구석에 몰아 넣은, 그러나 갤러리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주는 작품들과 소품들을 적절하게 배치할 것. 잘 보이지도 않는 비싼 소품들이 너무 많다. 여긴 창고가 아닌데.
어쩌면 여기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런 공간적인 요소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주 고객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위의 공간적인 분석들은 무시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여기 위치는 정말 최고거든. 누구나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단, 대안을 찾기 전까지만.
궁금한 분들을 위해 - 예당호 갤러리 카페 이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