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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pr 21. 2017

공간의 최고 인테리어는 사람

충남 예당호 갤러리 카페의 Pros & Cons: 공간 및 운영 관점에서

예당호와 조각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 앱의 장식 기능 따위로는 범접할 수 없는 퀄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이 최고의 위치에 자리잡은 한 갤러리 카페에 들렸다. 도로에서 봐도 눈에 띄는 건축물인데다, 후기 포스팅도 많아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페 왼쪽으로 예당호와 조각공원이 보인다


Can't Be Better!

위치가 최고다. 

우선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위치고 주변에는 잘 정리된 조각공원이 있어 시각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서향 통유리로 부드러운 자연광이 실내에 가득하고, 실내와 실외의 점유율 측면에서 어느 쪽도 과하지 않다. 카페 바로 앞 주차공간은 없지만 걸어서 1-2분 거리에 조각공원 주차장이 있다. 자연 안에서의 1-2분 거리는 노동이 아니라 여유다.  


좋은 배경음악이 공간에 향을 입힌다. 

선곡이 카페의 인테리어와 합이 맞다. 어느 세대의 누가 들어도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없는 곡들로 잘 선곡된 느낌이다. 내 favorite 은 아니라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들이다. 스피커도 실내/외 적당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고 불륨의 체감도도 공간별로 차이가 적다. 결론적으로 청각적으로도 깔끔하다. 잡음이 거의 없다. 



Could've Been Better!


커피의 맛

분위기도 가격도 분명 고급 카페인데 커피 맛은 서울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2800원짜리 맛이다. 바리스타의 문제인지, 기계의 문제인지, 오늘 내 기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커피값 6,000원 중에서 맛의 지분율은 20% 정도인가 싶다. 안에서 마시는데 테이크아웃 컵에 주는 건 정말 별로다. 난 집에서 물을 먹을 때도 종이컵은 쓰지 않는데.


인테리어의 꽃은 운영하는 사람

주인 내외 분이 공간 운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나 분주함이 남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매장의 주인이 그 매장에 애정을 가지고 머무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방금 노트북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나온 복장으로 커피 주문을 받는 건 에러다. 평일 낮이라 그런 거겠지만, 주방과 스태프룸을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주인 내외 분 역시 눈에 거슬린다. 나는 맥도날드가 아니라 '카페'를 온 거라고!


가구의 선택과 배치

가구가 어떻게 공간을 죽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몸매 좋은 남자가 기지바지를 배까지 끌어올려 입고 흰 양말을 신은 것 같다. 가구가 공간보다 과한 것은 낭비지만, 공간만도 못한 가구 역시 공간의 가치를 낮춰버리는 낭비다. 가구 하나하나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가구의 배치 역시 그렇다. 애초에 이 건물의 건축가가 갤러리답게 스타일있는 천장을 설계했으나 (구축 비용도 더 들었을 거고), 30명이 수업하는 중학교 교실같은 가구 배치가 공사 비용에 추가로 들인 비용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How to Improve 


카페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전문 바리스타

나라면 커피를 좋아하고, 같은 기계로도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고, 이 갤러리의 분위기와 음악에 어울리는 파트타이머를 당장 고용할 것 같다. 주인 내외분 중 한 분이 그 사람이 되어도 좋고. 어떤 경우든 편안한 웃음, 커피 만드는 실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복장은 기본이다.


가구, 적재가 아닌 배치를! 

가구를 당장 바꾸는 건 어려우니 배치에 대해서 자문을 얻을 것.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공간기획자가 괜히 그 타이틀을 달고 있겠나. 구석에 몰아 넣은, 그러나 갤러리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주는 작품들과 소품들을 적절하게 배치할 것. 잘 보이지도 않는 비싼 소품들이 너무 많다. 여긴 창고가 아닌데.


Conclusion


어쩌면 여기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런 공간적인 요소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주 고객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위의 공간적인 분석들은 무시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여기 위치는 정말 최고거든. 누구나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단, 대안을 찾기 전까지만. 


궁금한 분들을 위해 - 예당호 갤러리 카페 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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