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두옥 Apr 22. 2017

공간(空間)의 공감각(共感覺)

화성 JS더클래식 호텔 : 시각, 촉감, 청각을 만족시킨 공간

토즈에서 공간기획 팀장으로 일할 때, 
사장님은 좋은 공간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종종 미팅을 잡으셨다. 좋은 공간을 경험해야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최고급 서비스를 받아봐야 그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공간에 대한 감각과 서비스 마인드는 상당부분 그 때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일까. 해외 출장이나 서울을 벗어난 지역의 강의가 있을 때마다 나는 가능하면 하루 정도 먼저 가서 디자인이나 구조가 특이한 숙소에서 머물 여유있게 준비한다. 내일 강연에서도 사측에서 기사와 차를 보내준다길래, 자가용으로 직접 갈테니 호텔과 주유비를 커버해 달라 요청드렸다. 그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던 화성의 JS더클래식 호텔 (JS The Classic Hotel)을 예약했다. 

 

시각 (VIEW)


위 사진에서 침대 옆의 거울처럼 보이는 게 욕조다. 욕조 안에 들어가면 바로 창 밖이 보이는데, 이렇게 색다른 객실 구조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구조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크지만, 이 공간 안에서의 경험도 좋았다. 나중에 우리 대가족이 살 집을 짓는다면 이런 식의 개인실도 괜찮을 것 같다. 알고 보면 욕실은 침대 만큼이나 프라이빗한 공간이거든.

내가 머물렀던 스탠다드 룸 객실 (사진출처: http://bit.ly/2pOPYGP)
최초 예약했던 스탠다드룸이다. 실제로 가니 자연광이 너무 적어서 다른 객실로 바꿨지만 특별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청각 (SOUND)


사운드 퀄러티가 뛰어난 YAMAHA 스피커가 머리 만큼 높은 위치에 있다. 스피커를 구비한 건 특별한 게 아닌데 호텔 브랜드로 된 두 장의 씨디가 백미다. 이건 분명 전문가의 선곡 솜씨다. 조용한 분위기의 'Park' 버전과 경쾌한 분위기의 'Club' 두 버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직접 의뢰해서 씨디로 만든 것 같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끊김없이 듣고 있는데 아직도 반복되는 곡이 없다. 저녁식사 후 빈 객실 문을 열었을 때 클래식한 음악이 나를 반기니 그 기분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체크아웃 때 컨시어지에서 판매가 가능한지 물어볼 참.

JS더클래식 객실에 비치된 YAMAHA 스피커와 맞춤 CD


촉각 (TOUCH)
  


공간의 가치를 매길 때 나는 의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허머밀러 같은 값비싼 의자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앉았을 때의 편안함을 본다. 난 가구 쪽 감이 충분치 않아 눈으로는 잘 모르고 직접 앉아봐야 아는데.. 데스크 의자든, 침대 옆의 의자든 이곳 의자는 공간을 아는 사람이 고른 것 같다. 사람이 가구에 앉은 게 아니라, 가구가 사람을 안은 것 같다.

JS더클래식 객실에 비치된 사람을 '안아주는' 의자


강연 준비에, 만약을 위한 대비 파일도 만들고 나니 새벽 2시. 음악 불륨을 두 배로 높이고 따뜻한 물을 받아 욕조에 들어갔다.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눈을 감으니 꿈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다. 천국이고 자유다. 그렇게 한 30분 있으니 세 시간만 자도 될 것 만큼 몸이 가볍다. 

나의 긴 하루를 풀어줬던 JS더클래식 객실의 욕조


이 정도로도 내가 시간을 들여 리서치를 하고 직접 운전을 해서 온 보람은 충분하다. 좋은 공간을 만나면, 좋은 남자랑 소개팅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오늘 시간만 자도 충분할 것 같아.  난 이제 구름같은 침대로 들어간다. 굿나잇, 내겐 좀 더 길었던 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