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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Dec 02. 2017

진짜를 알면 가짜가 보인다.

스페인 산티아고, 지금 우리가 머무는 숙소 옆에는 1873년에 오픈한 Café Casino 라는 오래된 카페가 있다. 빠른 와이파이와 콘센트는 없지만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여기에 들려서 150년 전의 그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오늘은 친한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즉석에서 이 카페 사진을 찍어 공유했는데, 친구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언젠가 제주에서 A 프랜차이즈 카페에 간 적이 있어. 중세의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좀 특이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지. 근데 이 사진을 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드네. 제주의 그 카페는 '고풍스러움을 흉내 낸' 거였는데, 산티아고의 이 카페는 '고풍스러움' 그 자체구나"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진짜와 그 진짜를 흉내 낸 가짜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873년에 오픈한 스페인 산티아고의 Café Casino


진짜에 대한 안목은 진짜를 경험함으로써 얻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진짜에 대한 안목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진짜를 경험함으로써 얻어진다. 다시 말해 진짜를 본 사람은 쉽게 가짜를 가려낸다는 뜻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을 하는 사람은 특정 분야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큐레이터라면 '그림'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고, 웹 기획자라면 좋은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고, 경영자라면 좋은 '사람'에 대한 안목이 필 요하다. 코워킹스페이스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는 나는 '공간'에 대한 높은 안목이 필요하다. 그 안목이 결과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안목은 어떻게 생길까. 내가 아는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는 '좋은' 그림을, 디자인을, 사람을,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수년 전, 내가 토즈에서 서비스 매니저로 일할 때, 토즈의 대표님은 좋은 서비스를 하려면 좋은 서비스를 경험해야 한다며, 최고급 호텔의 최고급 서비스를 체험시켜 주시곤 했다. 강의실에서 듣는 수십 번의 서비스 교육보다 그 한 두 번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려줬다. 적어도 무엇이 '좋은' 서비스가 아닌지는 확실히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코워킹스페이스를 역사 속에서 찾다


좋은 코워킹스페이스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나는 그래서 유럽에 있는 동안 '좋은' 공간들을 찾아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좋은 공간이란, 인테리어가 멋지고 최신식 설비가 장착된 그런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 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 금방 따라 할 수 없는 어떤 요소가 긴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프랑스 철학가는 물론 피카소 등의 유럽 예술가들이 즐겨찾던 파리의 카페 Café de Flore (출처: Arnaud 25Wikimedia Commons)


특히 수백 년 전 유럽의 내노라하는 예술가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모였던 오래된 파리의 카페들은 이번 휴가 기간에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영감을 필요로 하고 무언가를 창작해내야 하는 예술가들이 들리곤 했던 그 공간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던 건지. 그곳의 어떤 요소가 몇십 년, 몇 백 년 동안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람들을 그곳에 모이게 했던 것인지가 나는 미칠 듯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 그걸 찾아낸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구색만 갖추어 놓은 무늬만 코워킹스페이스가 아닌, 공간 속의 구성원들을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유럽은 이제 너무 늙었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제 막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비해서 유럽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유럽은 진짜에 관심 있는 나에게는 더 방문하고 탐험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여기엔 세월을 켜켜이 품은 진짜들이 많고, 그 진짜를 보는 경험을 통해 나의 서비스도, 나의 비즈니스도 점점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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