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이준익 감독 특유의 틈새 공략 유머와 임창정을 잇는 엄청난 생활연기의 달인, 배우 박정민의 빛나는 영화다.

영화 <변산>은 제목 그대로 전라북도 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드라마이다. 어린 시절 학수는 건달인 아버지의 불안한 생활로 인해 가정불화를 겪게 되고, 그러던 중에 어머니가 병으로 죽게 되자 아버지에 대한 화를 품고 가출을 한다. 복잡한 청소년 시기를 홀로 시를 쓰며 극복해오던 학수는 서울로 가서 래퍼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6번째 불합격 소식을 듣던 날 고향 변산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 길로 변산으로 향한 학수는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죽어도 싫은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용서, 감추며 살았던 자신의 분노와 해소가 학수를 짝사랑했던 선미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그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청춘의 뜨거움은 열정만의 온도가 아니다. 청춘의 뜨거움은 꿈과 도전이 있기 전에 해소되지 않는 마음의 화가 예열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온전하다 느끼지 못한다. 1등을 유지해도 그 가운데 화가 있고, 부족할 것 없이 살아도 그 가운데 불만이 있다. 청춘이 젊은 세대만의 소유가 아닌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삶 속의 화, 그 온도가 개인의 일생을 데워가며 열정도 도전도 꿈을 향한 긍지도 태우는 것! 그렇기에 그 화의 시작을 제공한 학수의 고향, 변산에서처럼 우리들도 내일을 딛는 발돋움의 시작이 어떤 화로 인한 것인지 침착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영화가 나왔다. 스토리텔링과 연기력은 기본이고, 무거운 내레이션을 랩으로 정확하고 똑똑하게 전달한 메시지의 연출력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또 지금 어딘가에서 겪고 있을 리얼한 세상의 단편을 진지하지만 어둡지 않고, 가볍지만 우습지 않게 풀어낸 신개념 철학 영화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과거 영화 <라디오스타>로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이준익 감독 또한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뜨거운 가슴속의 무언가를 해소하기 위해 그것들이 제공한 순수의 화를 찾아 초심으로 돌아간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