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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월경을 찾다

몸의 리듬을 되찾으며

by 도푸지

무월경 이후 첫 번째 자연 생리를 했을 때, 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하게 된 것이면 어떡하지?', '두 번째 생리를 하지 않는 건 아닐까?'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생리를 잘 하게 될 때까지 어쨌든 '회복'에 전념하자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 번 생리를 하고 나니 여태까지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했던 각종 식사와 운동 강박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바프를 준비하기 전보다도 몸무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갓생과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 운동에 대한 갈망과 집착 등이 결합돼 '클린식을 자주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유산소를 좀 더 해야 하나?'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감은 것이다.


마음 속에 이런 강박들이 다시금 올라오는 걸 느끼고 나선 조금 무서워졌다. 다시금 강박에 얽매일까봐, 그래서 몸의 호르몬 축이 망가질까봐. 그러던 중 25년 8월의 네 번째 금요일, 두 번째 자연 생리가 찾아왔다. 무월경 이전의 나만의 주기에 맞춰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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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생리를 하고 8월 말이 되어서야 그 다음 생리를 한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사실 7월에도 월경을 했는데, 이건 엄연히 말해서 '프로베라'에 의해 생리를 유도한 것이기에 배란에 의한 자연 생리는 아니었다. 첫 번째 월경 직전 자궁의 상태가 궁금해서 산부인과에 갔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자궁 내막이 충분히 두꺼워졌다며 혹시라도 생리를 하게 되면 다시 내원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생리가 시작되고 산부인과에 가서 처방 받은 게 프로베라였다. 그때도, 지금도 왜 다시 호르몬제를 먹으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처방 받은 약이니 생리 끝나고 일주일 정도 후에 약을 먹었다(선생님은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면 안 좋다고-주기적으로 생리를 하게끔 해야한다고 해서 처방한다고 하셨다-그치만 솔직히 자연생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일주일 치 약을 전부 복용하자마자 귀신같이 생리를 했고, 그것이 나의 7월 월경이었다.


생리 유도 주사와 성분이 똑같기 때문에 그 주사를 맞았을 때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면 프로베라를 복용해도 큰 이상 없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이걸 웬걸, 피부에 뾰루지가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자꾸만 그 개수가 늘어갔다. 안 그래도 호르몬제 먹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피부까지 뒤집어져 버리니 더는 약을 먹기 싫었다. 총 21회분 (한 달에 일주일씩, 총 3달치)의 약을 처방받았지만 7월 딱 일주일 먹곤 약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7월의 생리는 6월 생리가 끝난지 2-3주만에 하게 되었다. 약에 의해 너무도 빨리, 원래 내 주기가 아닐 때 해버린 것이니 8월에 찾아온 생리야말로 나의 두 번째 자연 생리인 것이다. 그래서 8월에 찾아온 생리가 더욱 의미 있었다. 내 몸이 스스로 다시 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두 번째 자연 생리를 확인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지난 몇 달간 피곤하면 쉬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보낸 시간이 회복을 위한 충전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어도 내 몸의 리듬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쨌든 완벽히 강박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다시 흔들리지 않을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무월경 당시 내가 가장 궁금하기도 했던, 월경의 전조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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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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