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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광 Mar 20. 2017

알바로서 노가다의 장점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취득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전직 목수이자 현직 배관공인 슈퍼마리오는 기술을 두 개나 보유한 명실상부한 '기공(기능공)'이다. '목수' 마리오가 현장에서 일한다면 그의 일당은 최소 30만원이다.


아르바이트로 노가다(막일)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남자라면 막일 정도는 해봐야지, 라고 자기최면을 걸고 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두려우신가요? 그래서 이것저것 자꾸 찾아보게 되는 마음, 저도 잘 이해합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알바로서 노가다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살펴보시는 데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경험한 게 전부는 아닙니다. 안 그런 일이 어딨겠냐마는, 노가다는 특히나 '케바케(case by case)'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고, 일하는 현장마다 다릅니다. 그래도 여기 설명된 내용들이 참고용으로는 손색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가다를 알바로 선택할 일이 전혀 없는 분들께서도 이왕 들어오신 김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건설현장에 대학생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띄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마도 아래 서술한 이유들 때문일 것입니다. 더운 날 시원한 데서 일하고, 추운 날 따뜻한 데서 일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뒤로 하고, 굳이 먼지 풀풀 날리는 현장으로 20대 청년들이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돈'이라는 일차적인 목적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레짐작만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여러 장점들이 육체노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가다에 있습니다.


그럼 이제 본론에 들어가볼까요? (읽기 편하게 썼습니다. 그래서 말이 짧습니다. 너른 양해 바랍니다.)




아르바이트(!)로서

노가다의 좋은 점 16가지



1.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괜찮다.

일당은 보통 12만원이다(2017년 3월 기준). 여기서 인력대기소에 소개비 명목으로 일당의 10%를 수수료로 내고 나면(혹자는 수수료를 가리켜 "똥 뗀다"고 표현한다) 수중엔 10만8천원이 남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 치고 나쁘지 않다. 막간의 휴식 시간들을 고려하면 시급은 더 높게 계산될 수 있겠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수수료 10%까지 고려하면, 시급은 12,000원이다. 2017년 현재 최저시급은 6,470원이다.간혹 인력대기소에 수수료를 뜯기는(?) 게 싫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당만 받고 사라지기도 한다. 다시는 그 인력대기소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그들 나름의 표현이다.


2. 쉬고 싶은 날에 쉴 수 있다.

일하고 싶은 날에 일할 수 있다. 잘릴 위험이 없다. 애초에 일용직이므로. 다만 인력대기소장이 비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이를 두고 "불성실한 사람"이라고, 탐탁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없고, 노가다를 평생의 업으로 삼을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이라면, 노가다만큼 부담 없는 아르바이트가 또 있을까 싶다. 1주일에 2일만, 그렇게 1달에 8번만 일을 나가도 86만원가량 벌게 된다. 8일 연속 일하고 나머지 22일을 쉬어도 마찬가지다. 아껴 쓰면 월세, 전기세, 가스비, 통신비를 내고도 남는 돈이다.


3. 일출의 장엄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는 일꾼만이 일거리를 받는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력대기소의 하루는 보통 5시30분에 시작된다. 늦어도 6시 전까지는 인력대기소에 도착해야 한다. 오전 6시, 여름이라면 아직 새벽 어스름이 남았을 때이고, 겨울이라면 여명도 밝지 않은 시간이다. 피곤했던 몸도 장엄한 일출 앞에선 숙연해진다.


4. 머리 아플 일이 없다.

노가다가 무엇인가. 막노동이다. 다시 말해, 단순 노동의 반복이다. 매크로가 작동되듯, 같은 일을 계속한다. 몸은 힘들어도 머리는 점점 맑아지는 기분까지 들 정도다. 노가다는 일종의 ‘몸으로 하는 명상’이다.


5. 근력이 붙는다.

근력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려 쓰는 기분이 든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도 맛보지 못했던 신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헬스장에서 40kg 쇳덩이 한 번 들어본 적 없을지라도 ‘곰방(운반)’을 하게 된다면, 40kg짜리 시멘트 포대를 온몸으로 옮겨야 한다. 어깨에 짊어지기도, 가슴으로 끌어안기도, 등에 업기도 하며 온몸으로 40kg의 무게를 체험하게 된다. 일하다가 정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으면 ‘추노(도망)’하면 된다. 일당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당하게 현장소장에게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 지금까지 일한 것만 계산해 달라.” 대신 ‘출력(일을 보냄)’해준 인력대기소에서 일거리를 더 이상 받기는 어렵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왕 나온 일, 몸 상하지 않는 선에서 일당을 챙겨가야겠다면, 죽으나 사나 할당된 작업량을 해내는 수밖에 없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태도로...


6. 밥을 잘 먹게 된다.

현장에서 아침밥까지 챙겨준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다. 일당 주는 것엔 인색할지 몰라도 밥 챙겨 먹이는 일은 철저하다. 식사 시간은 현장마다 다른데, 보통 아침 6시~7시, 혹은 7시~8시 사이에 아침밥을 먹는다. 대형 공사장의 경우엔 ‘함바집(간이식당)’이 딸려 있다. 빌라 건설 공사 같은 소규모 작업 현장에서는 근처의 특정 식당을 전용 식당으로 지정한다. 뜨거운 쌀밥,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 기름 묻어 윤기가 흐르는 고기반찬 등을 아침부터 챙겨먹게 된다.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등을 주로 섭취하며 몸에 나트륨을 축적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독거청년’에게는 매우 ‘일용할 양식’이다.


7. 점심 휴식시간이 철저한 편이다.

12시 땡 하면 점심시간이다. 밥 먹고 나서 오후 1시까지는 휴식시간이다. 법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이다. 이때 연륜 있는 막일꾼은 스티로폼을 매트 삼고 천장을 담요 삼아 잠을 청한다.


8. 바람처럼 스쳐가는 인연들.

일하다 보면 ‘준 것 없이 미운’ 사람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다. 막일을 다니다 보면 싫은 얼굴들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일하는 잡부가 귀찮을 수도 있고, 어떻게든 일당을 아껴보려는 현장소장이 있을 수 있다. 다 밉다. 그래도 괜찮다. 매번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은 인력소장뿐이다.


9. 어느 정도 공구를 다룰 줄 알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공구를 다뤄야 할 일이 생긴다. 하다못해 망치질이나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는 일일지라도. 평소에 기본적인 공구들을 사용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때문에 현장에 일하러 나가서 공구 사용법부터 배우게 되기도 한다. (일당을 지불하고 사람을 부리는 현장소장은 매우 싫어하겠지만.) 때로는 헷갈린다. 일을 제대로 해주고 일당을 받는 것인지, 일을 배우면서 교육수당을 받는 것인지.


10. 돈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다.

말이 필요 없다.


11. 땀 흘리는 노동의 행복을 느낀다.

정신노동으로 일군 성취와는 또 다른 행복이다. ‘이걸 언제 다 하지’ 싶었던 작업을 모두 끝마쳤을 때의 성취감, 몸에 걸친 옷이 온통 땀으로 범벅됐을지라도 ‘어차피 작업복인데 뭐’라며 개의치 않고 일하는 자유로움, 고된 일과를 끝마치고 일당을 손에 받아들었을 때의 홀가분함, 퇴근하고 집에서 샤워하며 따뜻한 물줄기 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는 노곤함. 땀 흘리는 노동만의 고생이라면 고생이고, 행복이라면 행복이겠다.


12. 삶이 코너로 몰리고 몰려도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자신만의 꿈과 목표가 건설현장이 아닌 다른 데 있는 사람이라면 노가다 경험은 긴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경험 정도로 끝나게 된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어떻게 굽이굽이 흘러가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삶의 끝자락으로 밀려나고, 코너에 떠밀리게 된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게 될 수도 있으나,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동정어릴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비관적인 상황에서라도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벌어먹고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은 그 자체로 안도감이 든다.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


13.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같은 인력대기소에서 ‘출력(일을 보냄)’되어 같이 일했던 어르신을 어느 날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어르신이 벌건 대낮부터 인도에 자리 잡고 앉아서 막걸리를 병나발로 마시면서도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노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분과 자신이 한 팀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별일 아니다.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잡부로 일 다니는 사람들 중엔 사연 없는 사람이 드물다. 사업에 망한 사람, 교도소에서 살고 나온 사람, 감당 못할 빚 때문에 은행거래조차 막힌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만 있는 것도 아니다. 2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 10일 동안 꼬박꼬박 성실하게 일 나와서 여행비를 마련하는 대학생도 있다. 물론 드물지만.


14. 인생은 50대50.

가끔은 ‘이렇게 쉽게 돈 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한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노가다판에서 만난 누군가는 “인생은 50대50”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피력했다. “일이 힘든 날도 있으면 쉬운 날도 있는 법”이라며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에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게 철학의 골자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50대50일 수도 있다. 그의 철학대로 인생은 ‘운수 좋은 날’과 ‘재수 없는 날’이 앞면과 뒷면에 새겨진 동전이 매번 던져짐으로써 주어지는 것일 수 있다. ‘재수 없는 날’이 아홉 번 연속되다 한 번씩 ‘운수 좋은 날’이 나올 둥 말 둥 하다면 인생은 10대90이라고 해야 적절하겠지만, 공사판에서 만난 그 누군가의 철학대로 나는 단지 50대50의 확률 중 ‘운수 좋은 날’만 빗겨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쩌다 한 번일지라도 ‘이렇게 쉽게 돈 벌어도 되나’ 싶은 그런 날은 있다.


15. 칼퇴근.

오후 5시 땡 하면 퇴근! 예외 없다. 밤 10시~11시 사이에 잠든다 하더라도 4~5시간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의지만 충만하다면 ‘주노야독(晝勞夜讀)’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노야독: 낮에는 노가다하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의미. aka 주경야독(晝耕夜讀).


16. 무엇보다 숙면.

몸이 노곤노곤. 몸이 노곤한 덕분에 잠을 잘 잔다. 수면제를 먹는 것보다도 쉽고 빠르게 숙면한다. 다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괴로울 것이다.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일이 몸에만 익는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다. 괜찮아질 것이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20대 이수자가 2016년 기준 10만83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5년 7만7379명에서 30% 증가한 숫자이고, 2013년과 비교해서는 3배 가까이 증가한 결과입니다. 저는 2016년에 집계된 100,839명 중 1명입니다. 작년에 제 돈 4만원을 들여가며 안전교육 이수증을 취득하고 한여름 땡볕의 공사판을 전전했습니다. 돈도 필요하고 공부할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노가다는 일상적인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인터넷 여기저기서 관련 정보를 찾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담과 팁을 남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인력대기소와 공사현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에선 제 또래로 추정되는 많은 20대, 30대 남성들이 인력대기소와 공사판을 오가고 있더군요.


다만 파편화된 정보가 아쉬웠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 일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백문이불여일견'하기 전에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돈을 번다는 사실은 다른 알바와 다를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걱정을 쉽게 떨치지 못했습니다. 저처럼 노가다라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정보가 참고자료로 쓰이기를 바랍니다.


막노동하는 20대가 급증했다는 소식을 특별한 이야기처럼 다룬 기사들이 요즘 들어 눈에 부쩍 띄는군요.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제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잡부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지내시는 분들께는, 제 글이 '왜 20대 대학생들이 공사장을 찾는지' 이해하시는 데 작은 참고자료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관련기사: 막노동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는 대학생들(출처 조선일보)


관련기사: 막노동하는 20대 급증, '학원까지 다닌다'(출처 일요서울)




이어서 알바로서 노가다의 단점을 첨부합니다. 막일을 시작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께서는 '알바로서 노가다'의 장점에 이어 단점도 꼭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관련글: 알바로서 노가다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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