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동화 저작권을 갖고 싶었나.

<콩만 한 마음>

by 이두래


나는 왜 동화 저작권을 갖고 싶었나.



#방송작가 이두래


방송 작가 10년 차.

우여곡절 끝에 메인작가 데뷔만을 남겨두던

바로 끝 지점에서, 사건이 터졌다.


나는 글을 놓아야 했다.

아이를 지켜야 했다.


메인작가가 되고 싶어서

출산과 육아를 반복하면서도

저린 손끝에 글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저작권이었다.


방송 작가에게 저작권은

메인작가가 된 후, 1년 뒤 발생한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10년 넘게 버텼고, 고단했다.


그럼에도, 그 삶은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시간만큼이나

벅차고 귀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나의 글에 대한 권리가 갖고 싶었다.

무언가를 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쥐고 있던 모든 걸

놓아야 했다.


...


타인의 잘못으로.


나는

시간이 지나도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글쎄...



그러다

누군가, 아주 우연히

내 이력서를 보고

전화가 왔다.


“많이 아프셨겠어요.

재능이 참 많으셨는데.

다시 일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이기 전에 작가였잖아요.”


“...”


“다시 찾아올 거예요.

밖으로 나오세요.

숨을 필요 없어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제가 글을 포기한 건요,

제 아이 탓이 아닙니다.”


내가 처음으로 뱉은

용기 있는 외침이었다.


“맞습니다.

그러니까요.

이제야 말하시네.

어머님, 아니 작가님께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아요.”



이 사람... 뭐지이?



나는

아직, 이 사람의 정체를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내 이름처럼

아직 콩만 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통화로,

앞으로 오지 않을 기회를 잊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괴로워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찾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동화 쓰기 수업’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글’이었기에

조용히, 수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2년 만에

세상에 문을 두드리는

첫 마음이자 발걸음이었다.






#동화작가 이두래


두둥-

동화 쓰기의 첫 수업 시간.

이 수업을 이수하고

동화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저작권을 어쩌면 가질 수도 있겠다.

작은 희망이 피었다.


그러나 반전도 있었다.

동화 ‘쓰기’가 아니라

동화 ‘만들기’ 수업이었다는 것.


전날

교육생으로 뽑혔다며

교육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었다.


“교육생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 짝짝작!

앞으로 ‘미드저니’로 이미지 생성하는걸

배우게 되실 거예요.

준비물 안내를 드릴게요.”


“네? 처음 듣는 단어라서요. 미?”


“미국의 미, 드라마의 드, 저녁의 저!”


“아 네네 선생님. 내일 뵐게요.”


나는

그녀의 생기발랄함이

부담스러웠다.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 사람... 뭐지이?




너무 밝다.

쨍하다.

동화 같은 사람이다.


우리 집 커튼을

막 마음대로 열고

햇빛을 쏟아 넣는 사람 같았다.


누구일까?

내가 진짜!

이 사람 얼굴이 궁금해서라도!

수업하러 간다!

정말!


씩씩-

괜히 강한 척,

이 마음 하나로

두려움을 눌러 담고

수업을 받으러 갔다.



정말 동화 같은 사람이었다.

얼굴을 마주하면

양 주먹을 얼굴 옆으로

갖다 대게 만드는 사람.


“어머, 어머”

“어쩜, 좋아”

양 주먹을 아기처럼

흔들게 만드는 분.


“엄지 척, 엄지 척”

두 엄지손가락을,

나를 위해

들게 만드는 분.



말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덕분에

수업 시간 내내

나만,

그림만,

생각할 수 있었다.


초고도의 집중력.

내 안에서 뭔가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몸은 만신창이인데

마음은 상처투성인데

내가 만드는 그림은

어쩐지 따뜻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써놓은 글자 하나도

지나칠 수 없었다.


서툰 글자 위로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면서

동화의 영감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인생 처음으로

공모전에 제출하는

기쁨을 맛보게 했다.


서툴지만

온전한 나의 이야기였다.



시리도록 아팠고

시리도록 벅찼다.


그 결과는

여름에 발표된다.

뜨겁게 기뻐할 수도

뜨겁게 누군가를

축하해 줄 수도 있을

그날.


그날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을 걷는 나는,

저작권이 생겼을까?

나도 궁금하다.


그나저나

내 감성을 담은,

미드저니로 생성한

이 그림에도

저작권이 생길까?



이두래는 잠이 오지 않는다.

저작권을 향해 달리는 밤이다.





#작가노트

저작권은

글과 그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콩만 한 마음으로 꿰맨 이야기,

나는 왜 동화를 쓰게 되었나〉

프롤로그부터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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