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 아닌>
망고보다 달콤한 순간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다.
색색의 빛깔을 손톱과 발톱에 얹고
숙소로 돌아가려다
사장님께 망고를 어디서 사면 되느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한국인이었고
9년째 세부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마침, 시간이 있다며
같이 현지 시장에서 망고를 사고
숙소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한다.
나는 이런 마음들을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망고를 살 때까지
기다려주고 숙소까지 데려다주신
사장님.
앞으로도 여기서 아이들 간식도 사고
필요한 것들도 사라며
현지 시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도 알려주셨다.
그렇게 해서
어떤 날은 지프니를 타고
또 어떤 날은 걸어서,
온몸으로 햇빛을 느끼며
매일 간식을 사다 날랐다.
한국이었다면
집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고
우주보다 빠른 배송을
이용하고 있었겠지.
영호는 망고를 사랑했다.
"엄마, 미안해"하면서도
매일밤 1kg가량의
망고 해체를 시켰다.
망고 씨는... 등갈비같았다.
그동안의 미안함과는 다른
영호의 장난스러운 말투가
나는 그저 좋았다.
윤호는 '판데살'을 좋아했다.
판데살은 필리핀의 모닝빵이다.
부드럽고 촉촉하다.
아침에 막 구운 판데살을
사기 위해 매일 아침 걸었다.
이런 순간이 기뻤다.
망고와 판데살의 향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외식은 많이 안 했지만,
가끔 나가 먹은 현지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식, 깔라마리, 할로할로, 산미구엘 애플까지.
“엄마, 이건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순간도, 이젠 과거가 되겠구나 싶었다.
#작가노트
물론 맥주는 저만 마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