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 아닌>
고래상어에 홀려 유영한 날
마지막 주말.
우리는 세부 남부의 오슬롭과
모알보알 여행을 하기로 했다.
오슬롭은
세부 막탄에서
차를 타고 4시간 이상 가야 한다.
어스름한 새벽 3시에 일어나
예약해 둔 픽업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고 달려
도착했다.
오슬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서다.
윤호가 갑자기 고래상어가 보인다고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나도 얼떨결에 바다로 들어갔다.
나는 다이버도 아닌데,
무슨 용기로 뛰어들었나.
고래상어를 만나러 가는 과정은 간단하다.
통통배를 타고 3분 남짓 바다로 나가면
고래상어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한다.
끝.
눈앞에 고래상어가 바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요동치고 경이롭고 난리 난다.
우리 셋은 그 장면 앞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세상엔 말보다
더 큰 감정들이 있다.
아마 윤호도 그랬겠지.
고래상어에 홀렸을 거다.
호기롭게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바다는 쉽지 않았다.
우리를 바로 뱉어냈다.
고래상어를 보러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
오슬롭 바다는 너무 짜서
몸이 저절로 동동 뜨는데,
구명조끼까지 입으면
잠수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고래상어를 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 셋은
곧바로 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
다시 한번 바다에 뛰어들었다.
고래상어를 보기 위한 과정은
꽤 치열했다.
통통배 옆에 달린 나무막대기에
매달려있다가
고래상어가 나타나면
보트맨의
원투쓰리! 신호와 함께
재빨리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래상어가 옆에 오면
나무막대기에 매달려
풍만한 자태를 감상하거나
나무막대기를 밀고 나가
유영하면 된다.
우리는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나무막대기 대신
서로의 손을 잡고
뽀글뽀글하고 있었다.
참고로
고래상어를 만지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사실, 나는
동시에 두 마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내 발밑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고래상어에 내 몸이 닿지 않게
잠수하느라 너무 바빴다.
영호와 윤호는
잠수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고,
수심도 깊고 파도가 거센데도
고래상어와 만남을 무사히 이뤄냈다.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이렇게 즐겨주다니,
눈앞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다니
참 고맙다.
영호와 윤호는
아빠한테도 고래상어를 보여주고 싶어!!
라며 이 특별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했다.
음
아빠가 너네한테 고래상어 보여준 거야.
아빠 카드로 결제했거든.
그래서 아빠도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단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윤호는 수영을 못했다.
필리핀에서 지내는 3주 동안
매일 수영을 스스로 배웠다.
꾸야에게 고래상어를 꼭 봐야 한다며
잠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직접 말했다.
눈을 뜨고
수영장 바닥까지 내려가는 법을 배우더니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겁쟁이가 어느새 용감해져 있었다.
#작가노트
콩만 한 엄마도
쓰고 만들며,
용감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