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도망이 아닌>

by 이두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세부 막탄에서 지내는 동안

아는 얼굴이 생겼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리 따뜻한 일인지 몰랐다.


지프니를 기다리고 있으면

“두래!” 또는 “맘!” 하고 누가 부른다.



꾸야가 출근길에 날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하이 파이브를 한다.


마트에서 간식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차가 빵빵- 경적을 울린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또 다른 꾸야다.


숙소까지 같이 가자고

손을 흔든다.


나는 괜찮다고 먼저 가라고

손짓한다.



따뜻해서


...


마음이, 타버릴 것 같다.



현지 단골 식당도 생겼다.

아이들은 식당의 현지 직원들과

물병 세우기 게임을 시작으로

서로 하찮은 손재주를 보여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깔거린다.


나는 그걸 보며 웃는다.

이런 하찮고 사소한 시간이 모여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걸까.


한번 들렀던 현지 마사지샵에서

인연을 맺은 마사지사와

갈 때마다 마주쳤다.


랜덤배정이었는데도

만나는 게 신기했다.


어느 날은 내 담당이 아님에도

나를 보곤 환하게 웃더니


"잠깐만요"

양해를 구하고

내게로 와서 마사지를 해주었다.


둘 다 영어를 너무 못하는데도
이상하게 아이 이야기만큼은
대화가 이어지는 듯했다.



말이 아니라,
마음이 통한 걸까.


임신, 출산, 육아.
그 모든 순간의 무게를
우리는 다른 언어로
서로를 이해했다.



나, 곧 한국으로 돌아가


오마이갓, 언제 다시 올 거야?



굿바이가 아니라

언제 다시 오냐는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정과 웃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들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한국에서 힘들었던 시간 때문에

울적하거나 생각에 빠져 있을 때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맘!” 하며 안부를 묻고


굳이 멀리서,

차를 세우면서까지 인사해 주는

필리핀 사람들.


한국 엄마들은 예쁜데 잘 웃지 않아

라며 갑자기 도마뱀 소리를 낸다.


뿌뿌


실없이 웃게 만들어 주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뿌우뿌? 오마이가아아아아앗!


내가 그들을 웃게 하는 방식이다.



따뜻했던 밤마다,

일상으로 돌아가

힘들 날이 올 때면 이 도마뱀 소리가

그리워지겠지,

하곤 미소 지었다.



뿌뿌



#작가노트

뿌뿌. 도마뱀 소리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실없이 웃어도 괜찮은, 그런 하루.
그런 날이면,
세부 가족들이 유독 그립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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