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떼,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

<도망이 아닌>

by 이두래

정어리 떼,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



우린

오슬롭에서 모알보알로 이동했다.

모알보알은 정어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변이다.

그렇다. 정어리 떼를 보러 왔다.


굳이?

이걸 보러 이렇게나 멀리 오는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깊은 바닷속,

정어리 떼를 보는 순간

말을 잃었다.



사실, 모알보알 해변에서

나는 영호와 잠깐 다퉜다.


영호가 바다의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에

자꾸 낀다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짜증을 부리니, 시간이 지체됐고

매일 아이를 안아주던 나는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 기분으로

바닷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정어리 떼를 봤는데


...


경이로웠다.


얼어붙은 채로

가만히 보기만 했다.




작은 몸집의 정어리 수백만 마리가 함께 모여

고래상어보다 더 큰 웅장함을 뿜어냈다.


깊고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내기 위한 연대일까,

그저 말문이 막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존재가

영호 발가락 사이에 낀

모래알보다도 한없이 작은

존재 같았다.



숨 쉬는 것도 잊은 채로

멍하니 한참을 보고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영호가 나를 부르며

“너무 웅장해. 평생 못 잊을 거 같아”

라고 말했다.


발가락에 낀 모래는 다 잊은 듯했다.

윤호는 또다시 구명조끼를 벗겠다고 선언.



꾸야의 도움으로 잠수해 정어리 떼를 만끽했다.

작은 몸에서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는 건지.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면서

낯선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 날.

도망쳐서 다행이다.


늦었지만

이젠 진짜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먼 곳에,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오다니,

미치도록 대견했다.


토닥토닥.



투어를 종료하고

미리 예약을 해둔 모알보알 숙소에

체크인을 하는데

영어가 너무 안 들렸다.


그러나 표정으론 알 수 있었다.

내 이름으로 예약된 방이 없다는 것.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내 이름 알파벳이

반대로 적힌 서류를 발견했다.


휴 다행 -

길거리에서 자는 건 피한 밤.


보증금까지 내고

겨우 방에 들어오니

문득 떠올랐다.


해외에서

숙소 체크인을 처음 해봤구나.

갑자기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정어리 떼가 지나가는 바닷속에서

혼자인 기분이랄까?




#작가노트

흩어져있다가 금세 다시 곁에 와

함께 헤엄치는 정어리 떼처럼

조용히 안아주는 마음을

글로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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