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동화는, 눈물을 흘리다 포기했다

<콩만 한 마음>

by 이두래

첫 번째 동화는, 눈물을 흘리다 포기했다



사실 《초강력 꽃잎딱지》는 나의 첫 동화가 아니다. 첫 동화를 쓰기 시작했던 그날, 나는 글 대신 눈물을 썼다. 그때 내 안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무기력함으로 가득했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아들은 누명을 썼고 잠을 자지 못했고, 결국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싸우던 나를 향해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했다. 톡을 보내고 전화를 걸며 “꼴좋다”는 말까지 했다.


“누명을 벗기긴 어려울 거예요.” 경찰서를 찾아온 나에게 형사가 전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 만에 열한 장의 진술서를 썼고, 모든 증거를 수집해 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옆자리에서 나는 글을 썼다. 억울한 날들을 눈물로 삼킨 아이를 대신해, 나는 멈추지 않았다. 누명을 벗겨야 했으니까. 방송작가와 기자로 살았던 글쓰기 능력은 진술서를 쓰는데 도움이 됐다. 아이의 피해는 명백했고, 나는 그저 사실만을 썼다. 형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뭐 하시는 분이세요?”

시간이 걸렸지만 아들은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결과를 묻지 않았다.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누가 진짜였고, 누가 거짓이었는지. 그들은 신기할 만큼 사라졌고, 우연히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거나 전력 질주로 도망쳤다. 그들은 사과하는 법을 몰랐고, 나는 사과하지 않으면 죄는 더 무거워진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그들만 모른다.



이건 동화가 맞을까. 고발장이 아닐까? 쓰다 보니 매일 울던 나와 아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내가 쓰던 글은 너무 생생했다. “동화를 잘 쓰면 전시회를 할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이 이야기를 보게 될 텐데. 무서웠다. 나는 원고를 지웠다. (생각해 보면, 내 동화가 전시가 된다는 보장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지, 지금은 조금 웃기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한참을 말을 하지 않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

내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졌으면 좋겠어.

잘못한 걸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처럼 억울한 아이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

엄마가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 나쁜 아이가 되어 있었을 거야.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야.


평생 못 잊을 거야.

힘들었던 기억도,

엄마가 나를 위해 다 포기했던 기억도 말이야.

그래서 나는

엄마가 제발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엄마가 작가라는 일을 포기한 게

제일 미안해.”



상담 선생님은 아이가 엄마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또렷하게 느끼지 못한다고도 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봐서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엄마가 나아져야 아이도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눈물을 쏟는 나를 다독거렸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우리끼리만 서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힘숨찐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힘을 숨긴 진짜, 조용한 사람 같다고. 이제는 그 힘을 꺼내보지 않겠냐고. 그 말을 듣고 난 ‘초강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미 입을 때로 입은 상처를 억지로 지우지 않기로 했다. 아픔을 지켜주고, 얼마나 멋지게 떠나보낼 수 있는지 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동화로 만들 수 있을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러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떤 날은 주사를 맞고, 그 위에 반창고를 열 개씩 붙이는 날들도 있었다. 밤마다 그 반창고를 떼어 내는데, 문득 시든 꽃잎처럼 보였다. 막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던 중 -


‘상처란,

이렇게 버리는 걸까?’




'나는,

어쩌면 천재인 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처를 지우는 대신, 꽃잎처럼 다정히 붙여주기로 했다. 그렇게 동화 《초강력 꽃잎딱지》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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