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 아닌>
필리핀은 웃는 얼굴로 말해요
영호의 상처를 돌봐주느라
동생 윤호의 마음을
지나치는 일이 많았다.
윤호는 어느새 말로 표현하지 않고
울기부터 했다.
미안했지만
나도 지쳐갔다.
행복지수가 높은 필리핀 사람들은
말은 통하지 않아도
윤호의 마음을 잘 알아줬다.
윤호의 징징거림도 조금씩 줄었다.
매일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꾸야들.
영호는 영어 수업이 그렇게 재밌다며
도서관으로 직행하고,
윤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윤호는 수영을 못 한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다.
세부에서는 왜 가능할까?
이게 정말 도망일까.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나는 매일 조금씩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여기에서 하루하루는
매일 똑같은데도
이상하리만큼
특별한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했던
여백 같은 시간이,
텅 빈 듯 채워진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작가노트
저와 아이들의 회복을 기록합니다.
감성으로 꾹꾹 눌러쓴 에세이,
오늘도 한 장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