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 아닌>
‘나’ 대신 ‘우리’가 된 지프니의 시간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한 첫날부터
우리는 현지 버스를 탔다.
생활비를 절약해야 했기에
교통비라도 줄여야 했다.
택시인 ‘그랩’보다
현지 버스인 ‘지프니’가 가성비가 있었다.
지프니 요금은 13페소, 약 300원이다.
운영 방식도 특이했다.
정류장이 없다.
배차 시간도 없다.
운행 종료 시간도 없다.
24시간 수많은 지프니가
길거리를 지나다닌다.
길에 서 있으면
지프니가 다가온다.
손을 흔들면
지프니가 멈춰 서고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을 낸다.
아이가 내 무릎에 앉으면
무료다.
목적지가 보이면 “스탑!”
또는 루칼랑 (여기서 내려주세요.)이라고 하면
끼-익! 딱 세워준다.
매력적인 교통수단.
매일 나갈 수밖에 없는 편리함.
그랩을 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프니에 올라타며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현지인들이
우리의 목적지를 확인해 주고,
우리가 멍- 때리고 있으면
“굿바이”라고 신호를 줬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막 돌아다녔다.
겁 없이, 용감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처음엔 힘들어했던 영호와 윤호도
지프니 안에서 필리핀 사람들과
장난치고 웃으며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작가노트
저와 아이의 회복 이야기를 담은
감성 에세이입니다.
매일 한 편, 또는 두 편 씩
인사드릴게요:)
2화 링크는 요기 있어요!
https://brunch.co.kr/@doora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