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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로 Mar 05. 2023

두려움과 불확실성 속, 긍정적 동기

대학교 마케팅 수업 종강사 (고려대학교 유원상 교수님)

대학생활을 나름 알차게 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교수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동기들과 부어라 마셔라 술잔을 기울이고,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학회활동을 했던 게 더 기억에 남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끔 곱씹어보는 종강사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마케팅원론 수업을 듣던 2019년 1학기였어요. 이제 막 3학년이 되었을 때였겠네요. 전공 필수인 수업 중 수강신청에 성공해서 들었던 수업입니다. 1교시 수업이라서 교실에 갔더니, 훤칠하신 교수님이 클래식 음악 틀고 수업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첫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Good marketing, Bad marketing, Ugly marketing,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마케팅이 있다고 운을 띄우시며 수업 전반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강의는 전체적으로 구조적으로 잘 정리된 수업이었고, 첫 날 부터 종강날 까지 집중해서 꼼꼼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종강날, 교수님이 한 20분 정도 종강사를 해주셨습니다. 여태 들었던 수업에서는 종강사가 없어서 조금 생소했어요. 그리고 내용도 마케팅 학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생과 삶 전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당시 제가 적은 녹취록입니다. 



"여러분 이게 마케팅 처음 과목이라서 아마 제 강의를 처음 들으셨을 텐데요. 저는 어떤 과목을 강의하든 첫 시간에 했던 말과 끝 시간에 하는 말이 같습니다. 첫 시간에 했던 이야기는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지만 세 가지 종류의 마케팅이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Good marketing, Bad marketing, Ugly marketing, 그쵸? 마지막 시간에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세 가지의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고 마칠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을 끌고 가는 내적인 힘, 내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기 인생의 원동력이 되고 힘이 되는 건데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근데 그 자기 인생을 끌고 가는 힘, 동력이 부정적인 감정인 사람이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두려움이죠. 두려움으로 자길 채찍질해서 더 열심히 살도록 만들고, 또 그렇게 해서 성과가 나오면 다음에 또 그렇게 하고. 계속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요. 여러분은 끔찍한 입시를 겪으셨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습관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다른 게 어떤 게 있을까요? 질투심이나 열등감,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서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겠죠. 그렇게 살면 본인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뭔가 성취할 수 있지만 행복할 수 없어요, 본인이. 그리고 본인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굳이 세 가지에 비유를 하자면 Ugly life에 가까운 삶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Bad life는 자기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자기가 세운 계획이나 야망에 있는 삶입니다. 내가 이건 꼭 이루겠다, 이런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높은 목표를 성취하는 것처럼 보여요, 많은 경우에.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별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경영학과 교수니까. 왜냐하면 그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간관계를 훼손하는 거죠. 여러분 인생을 뒤돌아 보시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나 가장 괴로웠던 순간, 거의 다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무엇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무엇이 없어서 괴로운 것보다 더 많은 경우에요.
그러면 이제 제가 생각하는 Good life는 자기 인생을 이끌고 나가는 힘이 긍정적인 감정인 삶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게 사랑이죠. 자기 일에 대한 사랑,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또 그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삶. 그런 긍정적인 감정 때문에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기가 행복해요. 자기가 행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거죠.
결국 겉으로 보면 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동기에 의해 열심히 살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많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에게 Good marketing을 하며 사십시오, 하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마케팅을 다 하면서 살지는 않을 거기 때문에. 그렇지만 여러분 어느 사람도 빠짐없이 Good life를 포기하지 않고 좇으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굉장히 많은 시대입니다. 특히 여러분 세대는 더욱 그렇죠.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크지만, 여러분 긍정적인 동기를 가지시고, 두려움에 굴복하지 마시고. 꼭 Good life를 사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고마웠습니다."




언제 다시 읽어도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여러번 읽으면 늘 새롭고요. 저 역시도 한 때 목표를 향해 불도저 처럼 가는 스타일이었는데요,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 수록 긍정적인 동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동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에요. 자기 자신이 인지하고 자각하지 못할 뿐입니다. 이건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고, 그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주변에 이런 메세지를 던지기 위해 예전에 <왜 사니 프로젝트>를 해본적이 있어요. 당신의 하루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뭐냐고 물어보는 거죠. 생각보다 유의미한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다음에는 시리즈로 왜 사니 프로젝트의 답변들을 가지고 글을 써봐도 좋겠네요. 


여러분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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