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하는 이사 준비
남편의 인사명령이 떨어진 5월, 관사를 신청했다.
철원은 관사 대기가 길기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기 때문에, 오래되고 작은 아파트조차도 3~4개월 이상 대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는 집을 월세로 구하고, 신축관사로(신축이라고 말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축인 거지 완전 새 아파트는 아니고 지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대기를 걸었는데, 무려 7개월 만에 관사가 나왔다. 얏호~!
관사는 공실이 생긴 후에 연락을 주기 때문에, 명단을 보면서 입주 순서를 확인할 뿐 언제 이사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소령 진급자들이 12월에 대전으로 대거 이사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12월 말이나 1월쯤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관사가 나왔는데 입주하겠냐는 전화를 받았다.
집은 대체로 깨끗했는데 자세히 보니 벽지가 총 7종류였다. 심지어 같은 방안에서도 벽마다 벽지가 다르고, 안방 한쪽 벽은 가로로 반짝이가 있는ㅋㅋㅋㅋ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다들 잠시 살고 가는 집이기 때문에, 전체 도배를 하지 않고 너무 더러운 벽면만 그때그때 자기취향대로 도배한 것 같았다.
같은 맥락에서 나도 도배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내가 하루 종일 일을 해야하는 서재방 벽지 무늬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고, 진급하기 전까지 이 아파트에서 3년은 살 예정이기 때문에 아주 깨끗한 벽을 제외하고는 다 새로 하기로. 43만 원.
이삿짐센터에 연락하고, 입주청소를 연락하고, 도배 견적을 받고, 지금 사는 집을 정리하고. 고작 6개월 전에 했던 일을 또 다시 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몇 번이나 이사를 더 할지 모르지만, 벌써 제법 익숙해진 내 모습에 뿌듯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가 애정 하는 작은 시골 동네를 떠나 철원의 중심지인ㅋㅋㅋ 동송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이고, 집 앞의 초등학교 운동장과 좋아하는 러닝코스를 잃었다는 고민이 있다.
반면에 장점은 배달의 민족으로 시킬 수 있는 음식점이 20개가 넘고ㅋㅋㅋㅋ 걸어서 터미널, 병원이랑 마트를 갈 수 있고, 더이상 보일러 기름을 채울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남들이 볼 때는 여기나 거기나 시골이라는 점~!
철원군청에 우리집을 매물로 올렸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다시 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