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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Jun 20. 2023

제법 익숙해진 일상

50일을 앞두고

칸초야, 오늘은 칸초가 태어난 지 46일째 되는 날이네? 7일까지는 병원에서, 20일까지는 조리원에서 키워줬으니 집에 와서 엄마랑 시간을 보낸 지는 곧 한 달이 되어간다.


너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는 엄마는 모든 게 조심스럽고 무서웠어. 처음에는 반대쪽 가슴으로 너를 는으서 옮기지도 못랐고, 조리원에서는 네가 조용히 잠만 잘 때 숨을 잘 쉬고 있나 손에 코도 가져다 대보고 그랬어. 또, 처음 집에 와서는 아주 작은 소리를 내도 놀라서 안아주고, 처음 맞는 오줌세례에는 멘털이 바사삭 나가기도 했단다.

하지만 우리 함께 시간을 보낸 만큼 엄마도 엄마의 역할이 제법 익숙해졌어. 이제 작은 울음에는 네가 혼잣말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엉덩이 씻기기는 물론 목욕도 혼자 시킬 수 있다고!  


그동안 우리 아기도 얼마나 많이 컸는지 몰라. 5킬로가 되었고, 병원에서는 다리가 새처럼 앙상했지만이제 제법 살이 올라 넓적다리가 통통해졌어. 이제 손가락도 잘 움직이고, 옹알이도 얼마나 늘었는지! 또 태열 때문에 울긋불긋했던 피부는 하얀 아기피부가 되었어.

엄마는 매일매일 변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더없이 행복해. 오늘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을 정도랄까? 가끔은 밤에 수유 후에 자는 너를 내려놓지 않고 쳐다보거나 안고 있기도 한다고. 이건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야. 널 낳지 않아서 이런 행복을 못 느꼈으면 어쩔뻔했지? 매일 그 생각뿐이야. 칸초야, 엄마에게 빈틈없이 행복한 일상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우리 아기는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 더없는 축복이란다!


그리고 이건 엄마가 잘해서보다 네가 잘해서라는걸 엄마는 잘 알아. 병원 수유실에서 내가 수유를 정말 잘 하는줄 알고 조리원을 갔더니, 알고보니 내가 어떻게 해도 아기가 잘빠는 것이었고, 쪽쪽이를 쓰면 못 끊을까봐 일년후 걱정을 미리하고 있으니, 자면서 쪽쪽이를 알아서 퉤 뱉아버리는 너니깐 말이야.

집에 온 첫날부터 밤엔 밥만먹고 자고, ‘우리 아기는 왜 먹놀잠이 안되고 먹잠인 거지?’ 생각하면 모빌을 보면서 놀고, ‘왜 밥을 적게 먹지?’ 이대로 괜찮나? 생각하면 다음날 보란 듯이 잘 먹는 우리 아가. 걱정 많고 성격 급한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엄마가 더 잘할게!


아가, 엄마가 넘치도록 사랑해. 오늘도 우리 잘 놀았다 그치? 좋은 꿈 꾸렴. 내일 또 재미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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