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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연이 Jul 07. 2020

인생 첫 IMC 캠페인 오답노트 (2)

6개월 동안 무엇을 배웠나

인생 첫 IMC 캠페인 오답노트 (1)에 이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모르는 카이저, 소재

처음에는 소재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캠페인이 처음 라이브되고, 준비한 이벤트를 홍보할 때 내가 만들었던 소재를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눈이 떠질 정도로 아찔하다. 당시에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얼라인이 잘 되어있지 않아 효율을 매일 체크하기 어려웠고, 때문에 성과가 개선될 리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선 만들 수 있는 소재를 다 떠올려봤다. 프로젝트의 매력을 강조한 카피, 카테고리 라인을 강조한 카피, 고객의 상황과 니즈를 강조한 카피, 브랜드 메시지를 활용한 카피 등등등... 팀원들과 소재 타입부터 카피, 컬러, 이미지까지 기획하고 정리해서 대행사에 전달해드렸다.


서비스 특성상 일주일에 2-3회에 걸친 소재 교체가 진행되었는데 때마다 단어 한 자, 카피 한 줄, 이미지 하나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일반적인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 IMC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소재에 있어서는 피곤할 정도로 대행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며 합을 맞추었다.


모든 소재들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막상 광고가 라이브되면 그저 도마 위에 놓인 한 마리 생선이 될 뿐이다. 어떤 건 뱃살 부위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또 어떤 건 툭 썰린 머리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도 한다. 어떤 결말이 찾아올지는 테스트를 해보기 전에 모른다. 전하고자 하는 포인트들이 많다면 하나씩 촘촘히 테스트하면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던, 매체

세밀한 매체 컨트롤 역시 목표 달성의 필수 조건이다. 물론 대행사에서 늘 체크하고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 목표에 따른 유연한 매체 컨트롤 및 예산 shift는 광고주의 권한이자 의무가 아닐까 싶다. 1월부터 4월까지 매일, 5월 안정권에 접어들어서는 일주일에 2번 대행사와 아침마다 컨퍼런스콜을 하며 데일리 목표와 예산 현황, 현재 상황을 파악하곤 했다.


나는 원래 숫자와 숫자 사이에 반점이 찍히는 순간 단위 개념이 사라지고, 좋아하는 숫자라고는 통장에 찍히는 것밖에 없는 수.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년 전, 어찌저찌하다 실전에 투입되어 숫자에 불타는 꿈까지 꿔가며 동고동락 고군분투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매일 의견을 나누고 대행사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매체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0에 수렴하는 숫자 감각을 키우기 위해 매달 초 대행사에서 미디어믹스를 보내주면 뜯어보면서 공부했다. 매체별로 하루에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기준 CPA는 얼마인지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어야 매일 받는 성과 리포트를 볼 때 분석하기가 수월하다. 목표했던 지표가 나오지 않거나 예산이 초과 또는 미사용되었을 때 매체와 소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간의 연결고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캠페인이 끝나갈 무렵, 예산 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스스로를 마주하며 숫자와 어.사에서 탈출해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본질을 잊지 말자

IMC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벤트들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더불어 이런 저런 이유로 하고자 했던 액션을 못한 채 6개월간 진행되는 캠페인 기간 동안 매달 목표를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자주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왜 이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걸까?”


주말 근무까지 불사하며 준비했던 이벤트가 허무하게 막을 내린 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파고들었다.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이벤트를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다른 브랜드들은 대체 어떤 이벤트를 하는 걸까? 이벤트 자체의 문제였을까?


이미 크고 작은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들은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경품을 내걸었다 할지라도 이벤트 스토리텔링과 경품의 연결고리가 약해서,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라서, 내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신규회원으로 가입할 만큼 브랜드에 믿음이 없어서,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이 현저히 적어보여서 등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단기적인 퍼포먼스에만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펼치게 되면 소비자의 눈길을 순간적으로 끌 수 있을진 몰라도 지속적인 리텐션과 전환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퍼포먼스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만 몰두하다가 브랜딩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고.


따라서 우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이 긍정적인 경험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바이럴을 유도하고, 우리 브랜드의 메세지를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잠재)고객에게 전파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즉 퍼포먼스, 바이럴, 브랜딩이 선순환을 이룰 때 비로소 브랜드가 고객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퍼포먼스에 들이는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먼저 고객이 자발적으로 서비스 사용 경험을 알릴 수 있도록 리뷰 이벤트를 세팅했고, 주변인에게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친구 초대 기능 기획을 마쳤다. 하반기에는 우리 브랜드의 메세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알리고자 한다. 그러니 계속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왜 이런 액션을 하려고 하는 건지, 여기서 내가 해야할 건 무엇인지. 본질을 잊지 말자.






앞단에서 IMC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느낀 점을 위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부터는 캠페인이 끝나고 6개월의 시간을 되돌아본 후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관된 브랜드 메세지

6개월 간 우리가 소비자에게 건넨 대화들을 돌아봤다. 우리가 했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전에 이해를 할 수 있었을까? TV와 옥외광고에서 건넨 메시지가 디지털 광고에서도 일관적으로 와닿았을까를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소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더 명확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겠다 싶다. 소비자는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다.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브랜드에서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는 여러 팀에 의해 만들어진다. 가이드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저마다 다른 톤앤매너를 지니기 마련이다. 통일감 있는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한 가이드에 따르는 것이 좋지만 그것까지 어렵다면 콘텐츠에 내포된 메시지만큼은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확장되거나, 전달하는 방식이 바뀔 수는 있어도 메시지 자체가 바뀌는 일은(특히 스타트업에서) 흔치 않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를 도출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팀들과 다함께 얼라인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일성 있는 브랜드마케팅

TV 광고에서 본 브랜드, 옥외광고에서 본 브랜드, 앱에서 본 브랜드, 웹에서 본 브랜드, 디지털 광고에서 본 브랜드, 각종 이벤트에서 본 브랜드. 소비자는 이중에서 무엇을 보고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게 될까? 정답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콘텐츠에는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 결이 다 다르다면 고객은 우리 브랜드를 각기 다른 감상을 인지하게 된다. 하나의 메세지를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해 진행한 광고 캠페인이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IMC 캠페인은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즉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준말이다. 2019년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이끈 폭스바겐의 마케팅 담당자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 모든 채널과 접점에서 새롭고 통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채널에 다양한 콘텐츠로 보여지는 하나의 브랜드를 일관성있고 통합적인 경험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팀워크

팀원들과 함께 목표한 바를 달성했을 때 느낀 희열은 혼자 만족스러운 일을 해냈을 때보다 더 큰 희열이었다. 고민과 기쁨 행복과 좌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6개월 간 절실히 깨달았다.


눈치보느라 의견을 못냈던 적이 없다. 별로면 별로라고, 좋으면 좋다고 가감없이 칼같이 이야기해주는 동료들 앞에서 못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나누며 그 안에서 원석을 발견해 발전시켜 나갔다. 아이디어만 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순식간에 일이 처리되는 게 보였다. 그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아는 사람의 속도였다. 늘 혼자서 이것저것 처리하는데 익숙했던 나는 맡은 일을 척척척 하다가 끝낸 후 동료의 일도 같이 척척척해주는 동료들을 보면서 다른 세계에 잠깐 놀러온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의욕만 앞섰던 순간이 많았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달려나갔다. 그러나 타박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같이 속도를 맞춰 주었고 부족한 부분, 할 수 없는 영역을 귀신같이 채워주며 내가 나무 하나에 목메는 동안 열심히 숲을 파수해주었다.


여전히 급하고 의욕과 욕심만 앞설 때가 있다. 집에 돌아와서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이들처럼 좋은 팀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막막했던 순간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지혜롭게 헤쳐나간 브랜드마케팅팀 동료들. 이들과의 팀워크가 이번 IMC캠페인에서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이자 고마운 성과다.






이렇게 지난 6개월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좋은 동료를 만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달성했다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진귀한 추억이자 스스로의 성장에 유용한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무작정 후회하거나 숨기기보다 부족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단 다짐을 해본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나아짐이 없는 걸 두려워하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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