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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연이 Jun 22. 2020

인생 첫 IMC 캠페인 오답노트 (1)

6개월 동안 무엇을 배웠나

인터넷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직무가 맞지 않아 한의대 입학을 목표로 31살의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네티즌의 글을 보았다. 2년 동안 거의 매일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겸 하루 일과를 올리던  그의 포스팅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오답노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릴 때 나는 남들 다 하니깐 나도 따라 오답노트를 만들긴 했지만 틀린 문제를 복습하기보다 맞힌 문제에 으쓱해하는 학생이었다. (성적표 눈감아..) 그런데 그는 맞힌 문제는 의미가 없다며 내가 무엇을 틀렸는지 확인하고 틀린 문제의 개념을 외울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선생님도 분명 같은 말씀을 하셨을 텐데 그때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내가 수능 친지 십 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이 말에 감명을 받은 이유는 바로 IMC 캠페인이라는, 지금 내겐 수능과 다름없는 시험 아니,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봐도 멋진 첫 캠페인 광고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겨우 씻고 나왔다. 너무나 귀찮았지만 이 시간 동안 하루 내내 나를 감싸던 피곤과 우울, 자책을 씻어냈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쓰는 심정으로 내가 한 일들을 복기해보곤 했다. 모든 것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한번 더 되새기기 위해, 12월부터 5월까지 6개월 간 조금씩 모아두었던 오답노트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탄탄한 준비


어우 너무 뻔한 말이라서 쓰면서도 좀 부끄럽다. 창의력 제로. 하지만 너무나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준비에는 끝이 없다. 우리 회사는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오프라인과 디지털의 경계가 없다.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긍정적인 의미이기도 하고, 그만큼 준비할 게 천지라는 무서운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원팀 정신으로 같이 으쌰 으쌰 해보자는 뜻으로 광고 촬영 스태프 분들과 작업 후드도 맞췄고, 우리의 첫 얼굴이 되어준 광고 모델을 위해 굿즈도 만들었다. 광고 바이럴과 서비스 인지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페이지도 거창하게 준비했다. 무엇보다 광고 영상이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다. 이제 라이브만 하면 잘 되겠지 싶었다. 내가 이렇게 순진했다.


막상 광고가 라이브 되고 나니 해야 할 건 더 많아졌다. 광고 라이브만으로는 현재의 수치가 목표한 수치를 따라잡을 리 만무했다. 지금의 숫자를 하늘 높이 치솟아있는 목표까지 견인해줄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짜둔 타임라인이 없었다.


잔치상 겨우 차려놓고 한숨 돌리려고 했는데 한껏 쌓인 설거지 거리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수세미도, 퐁퐁도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최대한 만회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는 그런 막막함에 휩싸여 멍 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준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언젠가 씻어내리라는 다짐으로 캠페인 및 이벤트 준비사항 매뉴얼을 만들어 우리 팀에 공유했다.


미리 미리 챙기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준비 단계에서 기억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타이밍이다. 모든 일은 결국 운칠타삼이 아닐까 싶다. 운이 칠 할이라면 타이밍이 삼할! 타이밍 maketh 기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타이밍에 맞춰 어떤 액션을 할지 타임라인을 꼭 세워야 한다. 놓친 게 너무 아쉽고 억울하기까지 한 타이밍이 한번 있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고구마 300개. 한 손에 사이다를 꼭 쥐고서 그때를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좋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활용하는 게 실력이 아닐까.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7할의 운도 필요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타이밍을 놓친 후, 이대로 끝인가 싶었지만 몇 번의 타이밍이 다시 찾아왔다. 다행히 능력 있는 팀원들과의 팀워크가 빛을 발한 덕분에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니 끝까지 포기하기 않고 고객 반응, 목표값, 매체 등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컨디션을 살펴본 후 지금 필요한 액션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맞게 세팅하면 된다.







확실한 목표 설정


목표는 달성하라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뻔하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까먹어 버리기 쉬운 게 역시나 목표다. 하도 얘기만 해대서 가끔 그 의미조차 낯설어질 만큼. 절대 달성하지 못할 목표를 두고 일을 해본 적이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일을 할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100% 못 채울 건데 80%를 채우든 90%를 채우던 무슨 상관인가 싶은 패배주의가 몸속 피처럼 감돌았다.


하지만 IMC 캠페인은 달랐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와 그를 향해 달려갈 만큼 준비된 예산, 마찬가지로 과녁 중앙을 향해 쏘아질 화살처럼 다듬어진 팀원들이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세팅되기 전까지 우여곡절을 맛보았던 우리였다. 남은 것은 제대로 하는 것뿐이었기에 이를 악 물었다.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


우리가 IMC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는 대중에게 펀딩이라는 새로운 소비문화와 서비스를 인지시키는 것이었고, 따라서 우리 팀의 메인 목표는 신규 회원 가입 증대였다. 브랜딩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것과 동시에 가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선봉에 서야 했다.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걸 동시에 해내야 하니 여간 아찔한 게 아니었다. 눈앞에 가시밭길이 훤했지만 우리가 올라탄 로켓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액셀 페달 하나에 주어진 기어 두 개, 소재와 매체였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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