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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연이 May 20. 2021

왜가 왜 중요해? Why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

고객은 what이 아니라 why에 반응한다.

기획을 할 때 동아줄처럼 꽉 붙들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목적. 왜 이 기획을 하는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으면 어설픈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면 도구가 있고 지도가 있어도 길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할 때, 그러니까 우리 브랜드를 고객에게 알릴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무엇을 파는지 알리는 것에 앞서 왜 파는지를 알리는 게 필요하다. 왜일까? '왜'를 알리는 것이 왜 중요할까?


기획이 잘 안 풀릴 때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습관적으로 보는 영상이 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봤을 사이먼 시넥의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법 How greatleaders inspire action>이라는 테드 영상이다.




그는 많은 기업, 브랜드들이 어떤 제품을 어떻게 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왜 하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고 말한다. 반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개인이나 브랜드들은 모두 골든 서클이라고 불리는 원의 안에서 바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한다고 한다. 사이먼 시넥이 말하는 골든 서클의 가장 안에 있는 것이 바로 why다.



사람들은 브랜드가 
만든 (what you do) 아니라 
만든 이유를 (why you do) 구매한다.




사이먼은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게끔 유도하는 비결은 골든 서클의 바깥에 있는 what이 아닌 안에 있는 why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브랜드가 만든 제품보다 브랜드의 철학, 신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골든 서클의 원리를 심리학이 아닌 생물학으로 설명한다.


사람의 두뇌는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와 언어를 관장하는 신피질이고, 다른 하나가 감정 즉 믿음과 충성심을 담당하며 사람들이 행동하고 결정하게끔 하는 변연피질이다.


즉 골든 서클의 what을 담당하는 곳이 신피질이고, why를 담당하는 곳이 변연피질인 것이다. 때문에 골든 서클의 밖에서 안으로 소통할 때 우리는 수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이해하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해당 정보를 통해 행동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골든 서클의 안에서 밖으로 소통한다면, 즉 감정을 건드려 사람의 행동과 결정을 관장하는 변연피질에 먼저 접근한다면 즉각적인 행동과 충성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신기한 걸 발견했는데, 가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거나 특정 브랜드에 이끌려 행동을 했지만 그 행동의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바로 변연피질이 언어와는 무관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 두 개의 메시지가 있다. 어떤 브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살펴보자.


A : 우리는 멋진 컴퓨터를 만들었어요! 디자인도 예쁘고, 쓰기도 쉽죠! 세상에 없던 그런 컴퓨터예요!

B : 우리는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며 다르게 생각하는 것의 가치를 믿습니다. 우리가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은 제품을 더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누구나 쓰기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담은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B의 생각이 담긴 컴퓨터의 디자인과 기능을, 또 앞으로 나오게 될 신제품을. 그렇게 B의 브랜드 철학에 스며들고, 공감하고,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그렇다. B는 애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다. 심지어 2021년 2월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을 앞질렀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애플은 늘 삼성을 앞지른다. 이것이 우리가 '왜'를 유념하고 또 알려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래 영상은 Think Different 캠페인 런칭 전 애플 직원에게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골든 서클과 마찬가지로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가 고민해야 할 게 무엇인지가 그려지지 않을 때 보는 영상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잡스는 나이키의 예시를 들며 브랜드 철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이키는 광고에서 제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위대한 운동선수에게 경의를 표하고, 스포츠 역사를 기린다.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그들의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018, 2019, 2020년 나이키 캠페인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잡스는 애플의 본질이 사람들의 업무 수행을 돕는 박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일을 누구보다 잘하지만 애플은 그 이상의 무엇을 위해 존재한다고. 그가 정의한 애플의 핵심 가치, 애플의 신념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하여 애플은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친 자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라고 믿고, 이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상을 바꾼 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캠페인을 만들었다. 그들이 컴퓨터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맥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1997년, 애플은 계속된 적자로 인해 파산 직전인 상태였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 밖으로 밀려났던 잡스가 다시 복귀했고, 무너진 브랜드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만든 캠페인이 바로 광고, 마케팅, 브랜딩 역사에 큰 획을 긋고 다시 애플을 부활시킨 이 <Think Different> 캠페인이었다.






why의 힘은 이토록 대단하다. 별것 아닌 듯한 한 줄짜리 메세지가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때 사람들은 수많은 브랜드들을 제쳐두고 우리 브랜드를 선택한다. 공감과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다. 나는 이 why 때문에 애플 제품을 쓰고, 나이키 신발을 신고, 멜릭서의 화장품을 구매하며, 매달 밑미와 리추얼을 함께 한다. 파타고니아 가방을 사고, 파사드패턴의 옷을 입으며, 민음사 책을 읽는 이유도 그 브랜드가 보여주는 진정성에 매료되었으며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을 테니까.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더 다양해질 것이고, 그걸 일일이 따라다닐 광고를 만드는 것에도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따라가지 않더라도 우리를 궁금하게 할, 찾게 할, 쓰게 할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 힘든 길이겠지만 기대된다. 내가 공감하는 가치에 함께 공감해줄 사람들을 찾는 일.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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