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로 시작하는 브랜딩
브랜딩을 하는 방법에 정해진 순서나 법칙 따위는 없겠지만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새로운 앱을 만들고, 기존 브랜드를 리브랜딩할 때는 반드시 이 4가지를 떠올렸다.
내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떻게 브랜딩 할까? 에서 소개한 3가지 재료인 브랜드 철학,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를 기반으로 우리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앞서 작성한 여러 콘텐츠에서 나는 브랜드를 사람이고, 브랜딩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명쾌하게 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아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도 해보자.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가 없다면 브랜드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고, 내가 고객 또는 유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위 가사 속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그저 굉장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토록 원하던 무대, 랩을 하며 춤출 때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
피곤하고 고된 출퇴근 따위는 견딜 만 해 내 사람들이 지켜보니까
몸이 아파도 버틸 만 해 함성들이 밀려오니까
데뷔 전후의 차이점 아이돌과 래퍼 사이 경계에
살아도 여전히 내 공책엔 라임이 차있어
대기실과 무대 사이에선 펜을 들고 가사를 써
이런 내가 니들 눈에는 뭐가 달라졌어?
난 여전해 내가 변했다고? 가서 전해
변함없이 본질을 지켜 i'm still rapperman
다름없이 랩하고 노래해 I'm out
반면 위 가사 속 주인공의 모습은 뚜렷하게 그려진다. 무대 위에서 랩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 본인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지 보인다.
당신은 두 노래 가사 속 주인공 중 어떤 사람에게 더 끌리는가? 어떤 사람의 팬이 되고 싶은가?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 가치관, 취향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그들은 스스로 다진 본질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 더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 끌어모은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하면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더 쉽다. 따라서 본질을 탄탄하게 다지는 일은 추진력을 얻는 것과 같다. 탄탄한 코어에서 시작된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생성되는 콘텐츠, 캠페인,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은 브랜드의 잠재력을 더욱 확장시키고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은다.
브랜드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그들만의 포지셔닝을 구축한 사례를 살펴보자. 개인적으로는 당근마켓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당근마켓은 이제 모두가 알다시피 판교를 기반으로 시작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그러나 당근마켓의 운영진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그들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다.
유저들의 반응과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당근마켓을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리하여 위치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를 주로 하면서 동네 정보, 이야기가 궁금할 때 소통할 수 있는 동네 생활 서비스에도 힘을 실으며 진정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의하여 잠재력을 넓혀가는 중인 것이다.
그러니 이 과정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래 2가지 질문에 먼저 답을 해보자.
우리 브랜드는 무엇 what 을 하는 브랜드일까?
위의 질문에서 답한 일을 왜 why 하려고 할까?
위 질문에 답을 하며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왜 하는지 알았다면 실행할 차례이다.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이 물음에 보다 명확한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더 고민해보자.
우리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우리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즉 브랜드 코어 밸류는 무엇인지 1-3가지의 단어로 적어보자. 여기에 답한 가치들을 지키며 일하는 것이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의 답이 된다.
'본질의 중요성'은 가장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본질을 제대로 지켜나가지 못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과거의 영광을 잃은 브랜드들이 많다. 지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브랜딩, 마케팅으로 사라짐의 과정을 겪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불상사를 범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 콘텐츠에서 더 자세히 언급했다.)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우리 브랜드의 서비스, 제품을 이용하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왜 하는 브랜드인지 확실히 인지했다면 다음은 우리 브랜드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찾을 차례다.
그냥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알리면 되지 않을까?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종종 군인 아저씨께 편지 쓰기, 전학 가는 친구에게 편지 쓰기라는 미션을 받았다. 만일 여기에 주어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선생님이 그냥 아무한테나 편지를 써보세요~ 하고 이야기한다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군인 아저씨께는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면 되고, 전학 가는 친구에게는 '다른 학교 가서도 우리 잊지 마'라고 쓰면 되는데 아무개한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명확한 타겟이 필요한 것이다. 타겟은 브랜드 컨셉을 도출할 때도, 메시지를 만들 때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팅하고, 퍼포먼스 마케팅 타겟을 설정할 때도 알려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방향키의 역할을 해준다. 물론 타겟을 세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룰루레몬의 창업가 칩 윌슨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
그건 어떤 누구를 위해서도 만들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책 <배민다움>에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아무도 만족할 수 없고,
단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모두가 만족한다.
그러니 우리는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할까? 타겟을 Super girl, 즉 32세의 전문직 여성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콘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고, 여행 운동 유행을 좋아하는 32세의 전문직 여성이다. 룰루레몬은 이들이야말로 100달러가 넘는 요가 팬츠에 기꺼이 투자할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패션을 통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디테일한 타겟팅으로 마케팅을 펼쳤으니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전 세계 슈퍼걸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니치한 타겟팅으로 시장을 선도하게 된 브랜드가 있다. 마켓 컬리다. 이들은 처음부터 모든 지역을 배송할 수 없어서 프리미엄 식료품에 관심이 많고, 객단가가 높은 제품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소비력을 갖춘 강남, 서초 일대의 3040대 주부를 첫 타겟으로 잡았다. 그리고 이 타겟전략은 완벽히 성공했다. 타겟이 자주 가는 맘카페 등에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활용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구매력과 바이럴 파워를 갖춘 타겟이었으므로 당연히 입소문도 금세 퍼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 역시 초기 명확한 브랜드 철학과 타겟팅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 BTS 의 메인 타겟은 10대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상의 억압과 싸우고 있는 10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 역시 이들에게 씌워진 사회적 편견,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의미이며, 그들이 발매하는 앨범의 이름과 노래 속 가사들도 10대들에게 보내는 뚜렷한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메시지가 비슷한 공감대를 공유하는 전 세계의 10대들에게 완벽히 통했고, 10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방황 중인 2030대 이상의 팬들에게도 진정성이 전해졌기에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와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 브랜드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줄 사람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면 이력서를 써봐도 좋다. 이력서 속에 자주 들어가는 질문 즉 성별, 연령, 직업, 소득 수준, 결혼 여부, 지역, 가족 관계 등의 내용에 답을 해보는 것이다.
최근 타겟팅에서는 이러한 인물정보만큼 라이프스타일 페르소나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한 인물정보만으로는 우리 타겟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에 관해서는 등의 항목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풀어보았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일까?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주 가는 동네는 어디일까?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자주 사는 물건이나 이용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고 화장을 할까?
자주 보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어디에서 볼까?
인스타그램에 어떤 글을 업로드할까?
이 질문과 답변의 과정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답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답을 했는지 이유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이 이유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 타겟에 대한 정보를 더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위 질문과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듯 타겟의 취향,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이미지가 생긴다.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일 수도 있고, 연예인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내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한 타겟 페르소나가 생겼다면 다음 관문부터는 조금 더 쉬워진다.
이어지는 내용은 내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 방법 2편에서 계속.
*브랜드 본질 다지기에서 언급한 가사 제목과 가수
1) god - 길
2) 방탄소년단 - Born s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