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봅시다!
우리 브랜드가 이야기하고 싶은 본질도 찾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도 찾았으니 다 끝났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이야기하고 싶은 타겟 앞에 서기만 한다고 해서 다 들어주진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흔들 만한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가기 전에 우리를 꾸미고 다듬는 것처럼.
여기 두 개의 다이아몬드가 있다. 둘 다 다이아몬드라는 본질은 같다. 그러나 우리는 다이아몬드 광물보다 잘 깎이고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를 좋아한다. 우리 브랜드가 가진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본질을 빛나는 보석으로 잘 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 속에서 다른 브랜드는 갖지 못한, 말할 수 없는 우리만의 빛나는 매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컨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
수많은 사람들 속에 우리를 각인시키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나? 나만이 가진 매력 포인트, 공감 포인트를 살려서 어필한다. 내 경우에는 고향인 울릉도를 이야기하거나,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축구를 이용해서 대화 주제를 만들거나, 독립 출판을 해본 경험을 살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학교 입학할 땐 '섬 소녀 출신'이라는 컨셉으로 나를 소개해서 동기, 선배들이 모두가 나를 인지하도록 했고, '리버풀 FC의 골수팬'으로 각인시켜 회사에서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내 이름이 나오고, '에세이 쓰는 마케터'로 셀프 브랜딩을 하여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듯 잘 만든 컨셉은 우리 브랜드를 다양한 브랜드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자 우리를 좋아해 줄 사람들을 모아줄 스피커가 되어준다. 그럼 기존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컨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가치, USP를 찾아 쉽게 표현하는 것이다.
토스는 원래 금융은 어렵고 복잡한 거라고 말하는 서비스들 사이에서 금융은 쉬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쉬운 금융에 니즈가 있고,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타겟을 빠르게 고객으로 유치했다. 앞서 타겟팅 우수 사례로 말씀드린 컬리 역시 프리미엄 푸드를 빠르고 간편하게 배송받고자 하는 타겟의 니즈를 간파하여 신선하게 배송하는 '샛별배송'을 메인 컨셉으로 잡아 전지현 모델을 활용한 TVCF까지 제작했다.
컨셉은 크게 텍스트로 표현되는 메시지 컨셉과 비주얼로 보여지는 디자인 컨셉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타겟 페르소나와 메시지 컨셉이 먼저 잡히면 디자인 컨셉을 떠올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메세지 컨셉으로 잡을 수 있는 USP가 쉽게 떠오르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면 이 3가지 기준에 따라 컨셉을 도출하여 테스트를 진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첫 번째 기준은 우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확실한 베네핏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로켓처럼 빠른 배송'을 내세운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두 번째 기준, 최근 트렌드를 공유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한 '집꾸미기'는 팬데믹 이후 더욱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트렌드를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가 바로 오늘의집. 오늘의집은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라는 메세지와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로 인테리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다.
세 번째 기준은 타겟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최근 나의 니즈를 가장 정확하게 건드리고 있는 브랜드는 세탁특공대다. 세탁특공대의 메시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 옷 내려놔 빨랜 내가 해."였다. 브랜드 이름과 메시지, 세탁과 수선까지 모두 가능한 비대면 세탁 서비스는 타겟의 니즈를 제대로 강타했다고 볼 수 있다.
이 3가지 기준을 두고 고민하다 보면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뾰족한 컨셉을 갖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지 감을 잡기가 수월할 것이다.
본질을 튼튼히 다졌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도 찾았고, 그 사람에게 잘 보일 준비도 마쳤으니 이제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이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직접 찾아가서 말을 걸 수도 있고,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전화나 영상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좀 친한 친구가 생겼다면 대신 말을 걸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소통할 수 있는 채널과 방식이 아주 많다. TVCF가 될 수도 있고, 옥외광고가 될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를 활용하기도 하고 매거진을 제작하기도 한다.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기까지 한다.
타겟 고객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대표 브랜드는 아마도 나이키가 아닐까 싶다. 다들 아시다시피 나이키는 광고에 자기 제품을 소개하지 않는다. 정말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한다.
"if you have a body, you're an athelete."
나이키는 '몸만 있다면 누구나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가치를 가진 브랜드다. Just do it이라는 역대급 슬로건 역시 이 가치 아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브랜드의 본질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미친 존재감>, 2019년에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2020년에는 <우리의 힘을 믿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고,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만들고, 옥외 광고를 걸고, 온라인 이벤트를 열었다.
일단 브랜드 미션과 매년 열리는 캠페인의 메시지가 항상 일맥상통했다. 워딩만 바뀌었을 뿐 그 안에 품고 있는 가치는 늘 '도전' '열정' '잠재력'과 같은 뜨거움이 느껴지는 키워드로 넘쳤다. 동시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2019년은 젠더 이슈가 한창 대두되던 시기였다. 나이키는 이 트렌드를 앞장서서 선도했다. 박나래, 앰버와 같은 시대 아이콘을 내세워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세계에서도 연대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우리의 힘을 믿어>라는 캠페인을 만들었다. 캠페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와 역시 나이키'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이키의 늘 이런 트렌디함 속의 일관성으로 사랑받았고, 이것을 매출로도 직결시켰다. 2018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경례 대신 무릎을 꿇은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한 Just Do It 30주년 기념 캠페인이 바로 그 효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캠페인이 공개된 후 미국인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민감한 인종 이슈를 정면 돌파한 나이키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난하는 트윗이 올라왔고 전국적으로 불매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나이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메시지에 미친 듯이 열광한 타겟이 있었기 때문이다. 캠페인 이후 실제로 나이키 온라인 판매량은 30% 이상 급증하였고, 콜린 캐퍼닉의 얼굴과 '신념을 가져라, 그것이 모든 것을 희생하게 할 지라도' 담긴 옥외광고는 칸느 국제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이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늘 스타일리시하다. 압도적인 몰입감이 느껴지는 옥외광고부터 보는 순간 시선을 빼앗겨버리는 영상은 너무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를 활용하여 진행한 #AIRMAXLINE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다.
한정판 에어맥스를 득템하고 싶어 하는 주요 타겟을 활용한 바이럴 캠페인이었다. 나이키 앱에서 정보를 입력하고 캐릭터를 만든 후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해시태그와 함께 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벤트였는데 #airmaxline #에어맥스줄서기 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한정판을 얻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처럼 인스타그램 내에 줄을 서있는 캐릭터들이 보인다. 이 신박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10만 명이 넘는 유저가 참여했다.
다른 브랜드는 어떨까? 최근 유저와의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랜드는 당근마켓이 아닐까 싶다. 당근마켓은 앞서 본질 찾기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네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따라서 서비스 초기부터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에 정서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2019년 강원도 산불이 일어났을 때, 2020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곳이 생겼을 때 이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열었다. 환경의 날이나 소상공인의 날을 기념하여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올초에는 '당근 거래를 할 이웃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당근마켓 장바구니를 출시했다. SNS에는 가방을 갖고 싶다는 유저들의 반응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브랜드와 유저 사이에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였기 때문에 당근마켓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업로드된다. 보기만 해도 유쾌하고 따뜻해지는 콘텐츠들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여 더욱 확산된 것이다.
몇 달 전에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당근마켓에서 만난 이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했다. 당근마켓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보고 <놀면 뭐하니> 팀이 먼저 협업을 요청하여 진행된 캠페인이라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연결의 가치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달의민족 역시 키치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초창기 배달의민족이 설정한 타겟은 바로 회사 막내였다. 회사에서 점심/저녁 메뉴 주문을 담당하는 건 주로 회사 막내들이니까. 이 친구들은 대학생, 사회초년생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친구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한 컨셉을 '키치함' 'B급 감성'에서 찾은 것이고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이 타겟이 열광할 만한 방식들로 진행한 것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고민에 잠기게 된다.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포인트로 4가지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 일관성. 우리 브랜드가 앞에서 잡았던 본질, 타겟, 컨셉 메세지와 일맥상통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재미있고, 웃기고, 따뜻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우리 브랜드의 가치, 컨셉, 타겟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야기할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트렌드.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최근에 우리 브랜드의 타겟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는지 잘 관찰해보고 그 트렌드 속에서 우리 브랜드 가치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면 거기서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세 번째 스타일. 일관성 있고 트렌드를 잘 담은 내용을 타겟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나이키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활용하고, 배달의민족이 잡지 광고를 선보인 것처럼.
네 번째 타겟 만족. 우리가 정한 컨셉이 고객이 원하는 컨셉인지 돌아보자.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경청한다. 브랜드도 같다. 타겟의 마음을 흔들고 싶다면 타겟이 듣고 싶고 보고 싶어 할 만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이 4가지 방식을 유념하며 커뮤니케이션한다면 본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의 문을 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브랜드 마케팅은 거짓으로 포장될 뿐이다. 다양한 선택지, 의식 있는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요즘, 거짓 마케팅은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에게 금방 들키기 마련이다.
브랜드 마케팅은 빠르게 알리고 매출을 늘리기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탄탄한 코어 타겟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니 진정성을 잃지 말자. 브랜드에 담긴 본질을 거짓 없이 매력적으로 다듬는데 힘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