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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연이 Feb 05. 2022

찍히지 않는 행복

현관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선연하게 보이는 아침이다. 나는 잠에서 깬 자리 그대로 머물러 있다. 앞에서는 엄마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는다. “엄마 나는 누워 있는 게 제일 좋다. 사람은 왜 일어나야 할까아아아악” 하고 절규와 비슷한 기지개를 켠다. 엄마는 큰 소리로 웃는다. 엄마의 웃음소리에 나도 따라 크게 웃는다. 엄마는 뒤이어 그게 어른의 무게라고 답했다. 나는 어른이고 싶지 않다고 칭얼거렸다. "니는 이제 좀 큰 것 같다. 신이는 아직 아 같고(아이 같고.)" 나는 신나서 엄마한테 어제 있었던 일을 일러바쳤다. "내가 어제 집에 들어오면서 베이비~ 하고 부르니까 신이가 자연스럽게 어~ 하더라. 지도 아직 안 줄(아이인 줄) 아나 봐."


아침부터 청명한 하늘에 몸이 근질근질한 친구는 만나자고 보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라 흔쾌히 데리러 오라고 명령 아니 요청한다. 씻고 누워있으니 카톡창에 메시지가 뜬다. ‘집 앞’ 촐랑촐랑 골목을 타고 내려가니 차 시동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듯 조수석에 타고 안전벨트를 한다. 또 다른 친구까지 태워서 해안도로를 달린다. 날이 좋다며 커피 한잔하고 일몰을 보기로 한다. 연휴에도 문을 연 카페에서 커피와 와플을 주문한다. 


“안에 떡 들었나?” “아니다 덜 익은 거다.” 안 죽으면 됐지. 컴플레인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일상적인, 그래서 더 편한 대화가 잔잔한 웃음 속에 오간다. 5시를 막 넘기기 시작한 시점, 일몰을 사냥하러 갈 시간. 다시 차에 올라타 해안도로를 달리며 하늘에서 바다로 서서히 떨어지는 붉고 둥근 해를 바라본다. 무사히 사냥을 끝낸 우리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의연하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신이와 나는 회를 3점씩 집어 크게 앙하고 입에 넣어 요물요물 씹는다. 일반 식당에서는 뺨을 맞아도 두세 대 맞을 짓인데, 여긴 더 먹고 싶다고 하면 회를 켜켜이 쌓아주는 우리 집이니까 원 없이 집어도 문제없다. 달달하고 고소한 광어회를 충분히 씹어 삼킨 후에는 소맥잔을 들어 짠-하고 부딪힌다. 엄마는 뭘 그렇게 짠을 해대냐고 웃지만 원래 술은 향으로 한번 마시고 맛으로 두 번 마시고 이 짠하는 소리에 세 번 마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금 안 친 곰탕 같은 하루다. 슴슴하니 자극적이지 않아도 건강하고 든든한 하루. 일몰 빼고는 카메라에 담을 예쁘고 세련된 장면들은 없었던 하루. 어쩌면 진짜 행복은 이렇게 찍히지 않는 순간에 있는 게 아닐까. 영화 <월터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카메라에 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눈표범을 만난 순간,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셔터를 누르지 않고 했던 말. “아름다운 건 관심을 바라지 않아.”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숀 오코넬 :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월터 :  When you’re gonna take it?
숀 오코넬 : ometimes I don’t, if I like the moment for me personally, I don’t like to have the distraction of the camera. Just wanna stay in it. 
월터 : Stay in it?
숀 오코넬 : yeah right there, right here.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눈표범처럼 아주 보기 힘든 피사체는 아니지만 그만큼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이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이 아름다운 시간 속에 오랫동안 머무르기 위해 쓴다. 




우리가 사냥한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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