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와 체스키 마을 탐방
메리 크리스마스 “체스키 크룸로프”다.
작년에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보냈는데, 올해는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맞이한다.
숙소 바로 뒤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는데, 아침부터 많은 여행객들이 붐볐고,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 비투스 성당에 잠시 들러보니 아침 미사가 한창이었다.
경건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체스키의 대표적인 뷰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역사박물관 마당을 다시 찾았다.
전날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체스키의 풍경이 마치 그림같았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했을 때 버스 정류소에서 내리지 않아 다음날 이동하기 전에 버스 정류소를 사전답사하기로 했다.
버스 정류소에서 마을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이곳 또한 훌륭한 전망 포인트였다.
체스키는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이자 예쁜 마을이다.
버스 정류소 전망 포인트를 지나 마을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여행객들이 많았는데, 특히 한국과 중국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고, 가끔 일본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조용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마을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원도 있었다.
체스키는 블타바 강이 마을을 가로지르며 운치를 더해주는 곳이다.
강가에서는 낚시하는 현지 주민도 보였는데, 무엇을 낚는지는 알 수 없었다.
블타바 강물에 비친 건물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강 건너편에서 망토 다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망토 다리를 지나 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전날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더욱 멋졌다.
마을로 내려오자 체스키 성 앞에 많은 단체 여행객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 보았던 보초 근위병은 보이지 않았고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체스키 크룸로프 성 내의 유료 화장실을 발견했다.
유럽에서는 공중 화장실이 거의 유료다.
사용료는 보통 1유로(약 1,500원) 정도인데,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유료 화장실을 볼 수 있지만, 무료 화장실에 익숙한 내게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다.
유럽의 유료 화장실은 관리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담시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은 만큼 추가 수익 창출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공중 화장실을 공공 인프라로 보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지만, 유럽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유럽의 현재 유료 화장실 문화는 문화적 차이보다는 하나의 사업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공중 화장실 문화만 놓고 본다면 대한민국과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고, 유럽은 오히려 그에 비해 “화장실 개발도상국(후진국)”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에곤 실레 미술관을 지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다.
체스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관광객들로 늘 붐볐다.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추운 날씨 속에서 핫 와인과 굴뚝빵의 조합이 꽤 괜찮았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다시 베트남 식당을 찾아 쌀국수를 먹었는데, 추운 날씨에 제격이다.
어둠이 내린 후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았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근처 슈퍼마켓을 구경하다 보니, 한국 김치와 신라면 등 한국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것도 베트남 사람이었다.
체코에서 베트남 상권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체스키를 이리저리 거닐면서 오고 가는 여행객들과 “메리 크리스마스“인사를 수차례 주고받았던 하루다.
체스키에서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