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캔디(Candy)가 아닌, 스리랑카의 캔디(Kandy)
담불라에서 달콤한 사탕(Candy)이 아닌, 스리랑카의 역사 깊은 도시 캔디(Kandy)로 향하기 위해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담불라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캔디행 버스가 어디서 출발하는지 물어보니, 의외로 터미널 안이 아니라 도로 건너편 캔디 미용실 앞에서 탄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에어컨 미니버스와 일반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었고, 캔디로 향하는 버스가 워낙 많아서인지 굳이 터미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에어컨 버스를 기다리다 일반 버스가 먼저 도착해 탑승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두 시간 남짓 달려 캔디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Prison Park Restaurant “이라는 간판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름이라지만, 나의 눈에는 다소 오싹해 보였다.
숙소로 걸어가 체크인하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꽤 근사했다.
멀리 보이는 넓은 운동장이 궁금해 물어보니 크리켓 경기장이라고 했다.
영국, 인도, 파키스탄 등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에 깊이 남아 있는 인기 스포츠답게 스리랑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듯했다.
더운 날씨 탓에 숙소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주인이 캔디의 전통 무용 공연인 캔디안 댄스(Kandyan Dance) 관람을 추천해 주며 티켓까지 예약해 주었다.
식사와 공연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왔다.
캔디에는 생각보다 큰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니 서양인 여행객부터 현지인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고, 이곳이 캔디의 중심지이자 가장 활기찬 공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호수를 지나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장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 속에서 볏짚에 계란을 보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엔 계란 꾸러미를 볏짚으로 감싸 팔던 기억이 있어 묘하게 정겹게 느껴졌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캔디 기차역에 도착했다.
들어가 둘러보니 전광판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라, 오히려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주며 보기 좋았다.
이런 모습과 마주치는 소소한 풍경들이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역 구경을 마친 뒤 호수 근처의 채식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 한 그릇에 약 1만 2천 원 정도로 스리랑카 물가를 고려하면 꽤 비싼 편이었다.
저녁이 되어 공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외국인 여행객들로 만석이다.
스리랑카의 대표 전통무용인 캔디안 댄스는 캔디 지역에서 유래한 춤으로, 원래는 불교 의식과 깊이 연관된 신성한 무용이자 병을 치유하거나 신의 가호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추던 춤이다.
빠르고 경쾌한 전통 드럼의 연주에 맞추어 공연이 시작됐다.
남성 무용수들은 화려한 색의 전통 의상 “베스(Ves)“를 입고, 머리를 은색·금색 장식으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우아한 손짓과 경쾌한 발놀림이 어우러지며 캔디안 댄스 특유의 리듬과 에너지가 전해졌다.
흥미로웠던 점은 전통 춤 사이사이에 발레 동작이나 서커스 묘기 같은 현대적인 요소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약 한 시간의 실내 공연이 끝난 뒤에는 야외에서 불을 다루는 화려한 파이어 댄스가 이어졌는데, 이 역시 캔디안 댄스의 한 부분이었다.
캔디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한 번쯤은 캔디안 댄스를 관람해 보길 권하고 싶다.
캔디안 댄스는 스리랑카의 전통과 문화, 음악과 의식이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