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민박집 같았던 현지인이 운영하는 스리랑카 갈레 숙소
미리사를 떠나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갈레(Galle)로 향했다.
미리사에서 갈레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남짓으로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갈레 기차역 건너편에서 버스를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역에서 가까운 곳에 시외버스 터미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숙소였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제법 있었고, 담불라에 이어 이번에도 숙소 위치가 애매했다.
갈레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이 번화가처럼 보여 숙소로 가기 전 둘러보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더위를 견디다 못해 에어컨이 나오는 쇼핑센터로 몸을 피했다.
쇼핑센터 안에는 뜻밖에도 한국 화장품 코너가 있었고, 잠시 땀을 식힌 뒤 밖으로 나와 다시 주변을 돌아보니 한국어 학원 간판도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는 구두를 비롯한 각종 신발을 수선하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의외로 서양 여행객들이 신발 수선을 맡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갈증을 달래기 위해 맥주 한 캔을 사서 도로변 그늘에 쪼그려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여행 중에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곤 하는데, 이 또한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무더운 햇볕을 피해 양산을 쓴 현지인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고작 두 정거장으로 버스로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버스에서 내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변을 잠시 거닐고 나서야 숙소를 찾았다.
숙소 주인은 한국에서 10년간 일을 했다고 했는데, 한국말이 너무나 유창해 마치 한인 민박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40대 중반의 그는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새로 지었고, 덕분에 살림도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나이 때문에 다시 한국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회만 된다면 또 한 번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녁에는 한 잔씩 마시려고 보관하고 있던 스리랑카 코코넛 위스키를 숙소 주인과 함께 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는 스리랑카에는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한국에서 번 돈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을 보면 반갑고 고맙다고도 말했다.
낯선 나라 스리랑카에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한국 사람을 만난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처럼 기분 좋게 늦은 시간까지 술잔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