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Ubud)의 아침 풍경

마실 가듯 거닐었던 발리 우붓의 아침 풍경

by 머슴농부


발리 우붓(Ubud)의 아침이 소리 없이 시작하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볼륨을 낮춘 듯 고요하였다.

숙소 밖으로 나섰다.


우붓에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머물 예정이었기에 조급할 이유는 없었지만 낯선 길을 익히려는 이유와 우붓의 아침을 마주하고 싶어서였다.

골목은 아직 덜 깨어 있었고, 공기는 한층 부드러웠다.


우붓의 아침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발리의 일상을 상징하는 “차낭 사리(Canang Sari)”였다.

발리에서는 매일 아침에 길, 집 앞, 가게, 사원 등에서 차낭 사리를 볼 수 있다.


차낭 사리 (Canang Sari)란 야자잎으로 만든 작은 바구니에 꽃, 쌀, 향, 때로는 과자나 동전 등을 놓고 향을 피우며 기도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차낭 사리의 의미는 “오늘 하루도 조화롭게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라 한다.


좀 더 깊은 뜻은 신에게 감사하고, 자연과의 균형 유지와 악한 기운을 진정시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왜 길바닥에도 제물을 놓을까?

이건 발리 힌두의 세계관 때문이라 한다.

발리는 세상을 세 층으로 나눈다고 한다.​

제일 위의 상위 세계 (신의 세계)는 산, 사원, 하늘이며, 중간 세계 (인간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마을과 집이며, 하위 세계(혼돈과 어둠의 세계)는 악령, 부정한 기운을 뜻하는데 길바닥에 놓는 제물은 “아래 세계”를 위한 것으로

“너희도 존중할게, 대신 질서를 깨지 말아 줘”라는 의미가 있기에 길바닥에 재물을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차낭 사리는 밟고 지나가도 큰 문제는 없지만 일부러 발로 차거나 무시하는 건 실례라고 한다.


우붓의 어느 골목에서 나르바나(Nirvana)와 가우타마(Gautama)라 적힌 글씨를 보았다.

발리에서는 불교 색채도 제법 보이는데, 이는 발리에 ​인도에서 힌두교가 전래될 당시에 힌두교 + 대승불교가 패키지처럼 유입되었기 때문이란다.

니르바나(Nirvana)는 흔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해탈, 열반이란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함은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artha)”이다.

여기서 고타마(혹은 가우타마, Gautama)는 부처님의 성이며, “싯다르타”는 이름이다.

지금도 부처님이 태어나신 네팔에 가면 가우타마라는 성을 가진 네팔 사람을 간혹 만날 수 있다.​

Gautama 10은 아마도 가우타마 10번 길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참고로 부처님의 성은 고대 인도 언어인 산스크리트어(Sanskrit)와 팔리어(Pali)를 바탕으로 하는데, 산스크리트어로는 Gautama(가우타마)이며, 팔리어로는 Goutama (고타마)로 둘 다 맞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널리 통용되는 정석 표기는 “가우타마(Gautama)”다.

발리는 개인집을 비롯하여 곳곳에 사원들이 있어 다른 여행자와는 색다른 풍경이다.


길을 걷다 신발 가게가 보여 슬리퍼 한 켤레를 구입하였다.


앞으로의 발리 여행을 도와줄 슬리퍼다.

우붓에는 골목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래서일까,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불쑥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손을 의지해 천천히 걷는 시각장애인 여성의 모습이다.

둘의 관계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장면은 설명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힌두교의 옴(Om) 심벌을 파는 가게도 보였다.​

옴은 하늘·땅·대기의 삼계, 힌두의 삼신인 브라마·비슈누·시바를 의미한다.


우붓은 곳곳에서 만나는 초록 자체가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우붓 왕궁이 보여 들어가 보았다.


우붓 왕궁 자체는 특별하게 볼거리는 없으며 이곳에서는 발리의 대표적인 전통춤인 께짝댄스 공연도 열리고 식당도 있었다.

께짝댄스는 우붓 왕궁 외에서도 열리는데 발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울루와뚜 사원의 공연장에서 보았기에 굳이 우붓에서 다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왕궁 맞은편에 있는 시장도 잠시 둘러보았다.

왕궁 건너편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골목 시장이 나왔다.

시장을 빠져나와 숙소 쪽으로 계속 걸어 보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숙소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또 다른 골목을 들어가 이리저리 살피다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아침이었지만 커피 대신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여행에서는 때때로 이런 사소한 일탈이 더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다.

천천히 걸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머릿속에 우붓의 길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우붓의 첫 아침은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많은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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