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는 고수도 전문가도 없으며 누구나 초보자다.
국내•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 고수 혹은 여행 전문가라는 분들도 계시고 여행 고수(高手)나 여행 전문가(專門家)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과연 여행 고수나 전문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여행에는 고수나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고수(高手, Master)는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되어 있으며, 전문가(專門家, Expert)는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정의되어 있다.
고수는 영어로는 Master라는 표현을 쓰며 전문가는 Expert 혹은 Professional 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Master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로는 Guru, Maestro, Lama 등이 있으며, 고수와 비슷한 의미로는 장인, 달인, 대가들이 있다.
물론 고수나 전문가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상징적 의미와 높임으로 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십 개국 여행하거나 몇 년 동안 여행하신 분들은 과연 여행 고수이거나 여행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고 수많은 문화와 언어, 음식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물며 자신이 평생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방문하지 못한 곳과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인데 한번 혹은 그 이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남의 나라에 대해 과연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주변에서 자칭/타칭으로 불리는 여행 고수나 전문가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여행 고수나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은 결국 항공, 교통편, 숙소, 맛집, 볼거리, 여행지의 지리나 일부 역사 등이 전부일 것이다.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나 집 근처에서 슈퍼가 어디 있고, 식당이 어디 있고,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고, 맛집이 어디인지 정도를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여행 고수나 전문가가 있을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여행은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여행에는 전문지식이 필요 없으며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가 여행이다.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 특히 해외여행, 떠나고자 하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두 번째는 여행은 돈을 버는 경제활동이 아니라 돈을 쓰는 소비활동으로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돈을 쓴다.
결국 “돈을 쓰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분들보다는 현지적응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고수나 전문가라 할 수 없다.
항공권과 숙박 시설을 저렴하게 예약하고 현지에서 길 찾기와 일정에 맞게 차질 없이 움직인다고 하여 여행 고수나 전문가가 아니다.
여행 경험이 많은 분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요령을 알고 있기에 시행착오가 적을 뿐이다.
자유 여행을 혼자서 다니면 여행 고수이고, 패키지로 다니면 여행 하수인가?
이 또한 아니다.
자유 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이나 여행이라는 본질은 같으며 단지 여행 방식이 다를 뿐이기에 이 또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지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숙소나 교통편등은 나름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그 외에 경치나 문화등의 많은 부분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객관적인 평가를 결코 내릴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여행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며 생각과 느낌이 다르기에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으로 스스로 여행지를 평가하기에 더더욱 고수나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
여행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나 아니면 여행을 처음 하시는 분들이나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는 누구나 그곳에서는 초보가 된다.
여행에는 고수도 전문가도 없으며 단지 경험자와 무경험자만이 존재할 뿐이며, 모두가 똑같은 여행자일 뿐이다.
즉 여행에는 베테랑 여행자와 초보 여행자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행가이드는 여행 고수이거나 여행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여행 가이드는 일정 범위 내에서 관광객이나 여행객을 인도하며 현지를 안내하고 특정 유적지들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진 것에 불과하다.
여행가이드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여행을 한다.
하지만 여행 고수나 여행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하지 않는다.
여행은 여행자(旅行者)는 있으나 실질적인 자칭 혹은 타칭 “여행 고수나 여행 전문가는 없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으로 흔히 여행 고수라는 분들의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 여행과 특별한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을 비교해 보면 결국 큰 차이 없이 볼 것은 보게 된다.
바둑에서는 한 사람에게 주어진 일정한 시간 내에 착점 하지 못하면 시간초과로 패하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이유로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면 결국에는 바둑처럼 시간패를 당할 수도 있다.
진정한 여행 고수 혹은 여행 전문가는 언제든 어느 곳이든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떠나야 떠날 수 있다.
다리 떨리면 떠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