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그만이지만 알아두면 좋은 동남아 음식 이야기
해외 여행객 중 일부 패키지 관광객들의 풍속도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식당으로 직행하여 한국음식을 시켜놓고 들고 온 소주를 마시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현지식당을 가더라도 김치, 고추장, 김, 깻잎, 멸치조림 등 밑반찬을 줄줄이 꺼내놓고 현지음식은 뒷전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한국분들은 세계제일의 “한식 민족주의자” 혹은 “한식 애국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 나가서도 현지음식은 뒷전이고 자기 나라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개인적인 비위나 입맛 등의 다름을 이해한다 해도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동남아 먹거리에는 세 가지 핵심 재료가 있는데 쌀, 생선, 야자라 할 수 있다.
강수량이 적고 토지가 비옥하지 않거나 고산지대, 밀림지대 등의 지역을 제외하면 동남아 어디를 가더라도 세 가지 재료가 동남아인의 식생활을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쌀 이야기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은 자포니카 쌀(Japonica-일본종)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중 10%가량이 자포니카 쌀이며 나머지 90%는 인디카 쌀이다.
인디카 쌀(Indica Rice)은 전 세계 쌀의 9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쌀 품종이다.
흔히 안남미(安南米)라고 부르는 쌀이다.
동남아는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Japonica) 쌀이 아닌 안남미를 먹는데 밥 하는 방법이 우리와는 다르다.
안남미는 쌀을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조금 끓이다가 퍼내어 대나무 스팀용기에 넣고 찌는데, 이렇게 밥을 하면 수분이 증발하여 쉬이 들어붙지 않고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날리는 밥이 된다.
이런 밥을 보면 보통 밥맛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밥 수분 제거는 열대지방에서 오랫동안 밥을 보관하려는 지혜이며 소스를 뿌려서 먹거나 볶음밥을 만드는 데는 건조한 밥이 제격이다.
두 번째는 생선이다.
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을 흐르는 메콩강과 미얀마의 이라와디강 등의 큰 강들은 각종 생선과 수산물을 풍부하게 제공해 준다.
종교적 금기와 여러 제약으로 육류 섭취가 쉽지 않았던 동남아에서 생선은 닭고기와 함께 단백질의 주 공급원이다.
무엇보다도 생선은 우리 젓갈처럼 담가져 일상적으로 밥상에 오르는 양념으로 애용된다.
베트남의 느억맘과 태국의 남쁠라는 액젓으로 음식을 요리하고 찍어 먹는 데 애용되는 소스로서 새우나 생선이 그 재료가 되는데 입맛을 크게 돋운다.
동남아는 향신료를 많이 쓴다.
고수, 정향, 육두구, 박하, 라임 등이다.
향신료에 친숙하지 못한 한국분들이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공통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향신료가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동남아 고추다.
동남아 고추는 아주 맵지만 먹으면 입 전체가 얼얼한 우리네 청양고추와는 다르다.
입안에서 매운맛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산뜻한 매운맛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잘게 썬 고추를 간장(Soya Sauce)이나 액젓에 넣어 만든 소스는 육류나 기름에 튀긴 음식들의 느끼한 맛을 한방에 잡아준다.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간장 또는 액젓 소스는 동남아에서 김치와 고추장 없이도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나에게 힘을 주는 마법의 소스다.
세 번째는 야자수와 야자다.
야자만큼 만큼 동남아인에게 다양한 유용성을 제공해 주는 식물은 없다.
특히 야자 식용유는 동남아의 식생활에서 쌀만큼 중요하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음식을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혹은 조금 상한 음식을 안전하게 재처리하는데 필요한 것이 야자 식용유다.
이외에도 야자는 어린 야자 안의 즙을 마시면 더할 나위 없는 천연음료수가 되고, 속살도 숟가락으로 파먹으면 아주 고소하다.
야자가 익어 누런 색깔로 변하면 그 가루를 갈아 야자우유(Coconut Milk)를 만든다.
야자 우유는 태국식 카레의 기본 재료이며 똠양 수프를 만들 때도 들어가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음식인 나시르막, 락사 등 동남아의 대다수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다.
이밖에 야자로는 술도 만들고, 야자잎은 집 지붕 재료로도 사용한다.
사용용도가 상당히 많은 야자와 야자나무다.
또 하나 동남아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지천에 깔린 열대 과일이다.
망고, 람부탄, 망고스틴, 파파야, 잭프루트, 두리안 등 수없이 많은 과일들이 있다.
수백 종의 과일 중 “과일의 여왕”은 고약한(?) 냄새의 두리안(Durian)이다.
우리들에겐 고약한 두리안 냄새를 “천국의 향기”라고 표현하는 여행객들도 있다.
두리안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다.
문화적 차이는 언어, 전통복장, 관습 및 전통 등에서 느낄 수 있는데, 문화적 차이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식이다.
“문화의 정수는 음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 역사, 관습, 전통 등을 알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음식은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해외 여행지에서 식사시간이 되면 한식 민족주의자처럼 한국음식을 찾기보단 현지음식과 가깝게 지낸다면 새로운 맛과 풍미가 가미된 여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