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도 너무 많은 먹방, 예능, 여행 프로그램들
텔레비전을 멀리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틀어보면 온통 먹방•여행•예능 프로그램들 뿐이다.
심리학 용어에 동조현상(同調現象, Conformity) 혹은 동조심리라는 용어가 있다.
다수의 의견에 동화하여 주위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에 따르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적 집단 동조현상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취미, 기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등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전염되는 것을 말하는데 맛집의 경우에는 백 모 씨가 소개한 맛집, 무슨 투어 방송에 나왔던 맛집, 유투버나 연예인 누군가가 맛있다는 맛집을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것이 동조현상이다.
백 모 씨, 모 개그맨, 모 탤런트가 다녀간 맛집, 무슨 투어 프로그램에서 다녀간 맛집이라 하면 닥치고 방문하며 이에 대한 후기들이 블로그, SNS, 유튜브 등에 가득하다.
맛집 기행, 맛집 탐방, 맛집 순례, 맛집 골목의 단어가 있는가 하면 맛집들을 소개하는 방송, SNS, 유튜브, 블로거도 수없이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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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개그맨들을 비롯하여 대식가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먹방은 나에겐 공해 수준이다.
더불어 너무 많은 식당 소개와 음식 레시피 정보 또한 많아도 너무 많다.
먹는 것에 너무 진심인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다.
가슴과 정신이 살쪄야 하는데 몸만 살찌는 대한민국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넘쳐났다.
홈쇼핑에서는 패키지 상품들을 수시로 판매하고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튜브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내용들과 현지 실상과 다른 가짜 뉴스에 버금가는 내용들도 많이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도 너무 많다.
심지어 아무런 가치나 의미 없는 연예인들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가정사 이야기들과 출연자들이 그냥 떠드는 아무 말 대잔치 예능들이 태반이다.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가 연예인 걱정인데, 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나 가족들의 걱정보다 유명 연예인들을 걱정하고 개인사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맛집 소개나 먹방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비롯하여 낯선 곳의 맛있는 식당과 음식에 대한 정보는 필요하다.
나 역시도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끔씩 검색하여 정보를 얻는다.
여행지 소개도 필요하다.
새로운 여행지의 정보와 볼거리, 즐길거리에 대한 정보 역시 필요하며 요긴하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떠나기에 마음에 두고 있는 여행지나 흥미로운 곳이 있으면 관심을 갖고 메모도 한다.
건강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예능은 좋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억지웃음 유도와 억지 감동 만들기 및 아무 말 대잔치는 문제가 있다.
먹방과 여행, 예능으로 집단 동조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전통적 언론인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와 종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유튜버를 포함하여 SNS까지 가세하여 현기증이 날 정도다.
너무 많은 먹방과 여행, 예능 TV 프로그램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우민정책(愚民政策)이라 생각한다.
우민 정책(愚民政策, Policies to keep the people ignorant)은 지배자층이 기득권의 지위나 권력을 강화·안정시키기 위해 정치에 대한 피지배자층의 판단력을 없애며 엘리트 계급의 부정과 비리를 위해 국민 의식 수준을 낮추는 데 있다.
즉 국가 정권이 국민들을 우민(愚民)으로 유도해 정치, 경제, 사회, 국제정세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을 갖지 못하게 유도하여 쉽게 지배하는 정책으로 제5공화국 군사정권 시기에 실시된 3S 정책(Sex, Sport, Screen)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금의 우민정책은 국가 권력이 아닌 수구•친일 보수 레거시 미디어와 종편방송 등에 의해 진행되는 3E (먹방 Eating, 예능 Entertainment, 여행 Excursion) 우민정책이라 말하고 싶다.
매스미디어에 진행되는 우민정책은 국가권력에 의해 진행되는 우민정책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국가권력에 의한 우민정책은 정권 교체로 중단될 수 있지만, 매스미디어가 만든 우민정책은 그 자체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현재 매스미디어는 제작이 쉽고 낮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얻기 위해 ”3E “포맷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매스미디어에서 대중의 관심사를 단순히 먹고, 놀고, 마시고, 떠드는 데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방송과 언론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레기는 언론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기자들을 칭한다.
지금은 3E 방송을 만들어내는 PD들 또한 기레기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한민국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언론 권력들이 만들어낸 3E 우민정책의 늪에 빠져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우민화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깊이 있는 시민의식이 상실되고 공정과 상식이 사라진 자리에 비생산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삶들이 채워지고 있다.
먹고, 놀고, 떠드는 것에 매몰된 사회는 결국 쇠퇴하고 미래의 발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무너지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이 정말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