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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슴농부 Sep 09. 2024

초보 농부의 막무가내 골병 농법 텃밭농사

좌충우돌 막무가내 골병 농법으로 농사짓는 왕초보 농부 이야기


오래전에 쿠바의 도시농업을 다룬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감명 깊게 읽고서 도시농업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삶이 바빠 오랫동안 잊어버렸다.

그리곤 아내의 장년퇴임을 계기로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일이 힘든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정말 쉽지 않다.


더군다나 농사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경험부족과 나이 또한 있기에 모든 일이 서툴고 힘이 부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부지런하지도 않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며 현대인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Sapiens)” 농업혁명 편에 나오는 내용이 몸으로 이해가 된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농작물들이 바위와 자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밭을 고르느라 농부들 등골이 휘었으며 농작물들은 잡초와 영양분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타는 듯한 태양 아래 온종일 잡초를 뽑는 노동을 하여야 했으며, 또 농작물이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공급하여야 했으며, 농작물이 배가 고프지 않도록 밭에 영양을 공급하여야 했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며 격하게 공감하는 구절이다.


농사는 힘든 만큼 수확의 기쁨도 큰 것은 사실이다.

직접 가꾼 농작물을 먹는 즐거움이 그나마 힘든 농사일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다.


재배하는 농작물은 판매가 아닌 오로지 식탁과 잉여분을 주변에 나누는 것이 목적이기에 무농약과 퇴비만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심지어는 비닐 멀칭도 하지 않기에 농작물 관리가 쉽지 않고 소출 또한 적다.


특히 2~3일만 지나도 지난 예초를 비웃듯이 자라나는 잡초와 전쟁을 벌여야 하고, 두둑에 두더지가 파 놓은 굴들을 찾아서 메꾸어야 하고 고라니가 농작물에 피해 주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농사에 대한 경험도 없고 아는 것도 없기에 주변에 물어보면서 귀동냥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막무가내 골병 농법”이라 이름 붙였다.


이런 힘든 농사일을 생각해 보면 평생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을 존경하고 싶다.

농사를 짓으면서 느낀 것은 땀 흘려 가꾼 농작물들을 편안하게 사시사철 마트나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게 열심히 일해주신 농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힘들게 키운 농작물들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갈수록 농업인구가 줄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안타까운 농업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 농업이 죽으면 결국 우리도 죽는다.

식량자급은 생존의 문제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수많은 농작물들은 우리나라에도 유통되며,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되어 수입된 농작물들도 많다.


장기 운송으로 농작물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살충제, 방부제, 산화방지제, 보존제 등을 뿌리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군다나 익지 않은 농작물을 잘 익은 것처럼 보이게 각종 색소, 착향료를 사용하고 강제적 후숙처리도 하고 있다.


이럿듯 어떤 성분의 농약으로 재배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운송을 위해 화학물질로 포장된 농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우리네 농작물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산 수입 농작물을 찾는다면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농업을 죽이게 될지도 모르며 신토불이 먹거리도 사라질 수 있다.

값싼 수입산 농작물을 찾기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제값을 주고 우리 땅에서 우리 농부들이 정성껏 가꾼 우리네 제철 농작물들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5.8%이며, 곡물 자급률은 20.2%로 심각한 수준이다.

머니투데이에서 가져옴

“인간은 사회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존재”라는 말이 생각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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