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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걷기(댄싱하우스~스트라호프 수도원)

프라하 댄싱하우스에서 스트라호프 수도원까지 걷기

by 머슴농부


프라하의 아침은 고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매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차로 인한 피로와 늦잠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도보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여 프라하를 대표하는 현대 건축물인 댄싱하우스에서 시작해 레넌 벽, 미 대사관을 지나 스트라호프 수도원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프라하 시내를 걷기 시작하자 밤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댄싱하우스로 향하는 길모퉁이에서 작은 촛불과 함께 1942라는 숫자가 새겨진 돌포장된 장소를 발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인 듯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여 년이 흘렀지만, 전쟁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댄싱하우스는 프라하에서 보기 드문 현대 건축물이다.

두 사람이 춤을 추는 듯한 독특한 곡선이 매력적이었다.

원래는 오피스 건물로 설계되었지만, 현재는 호텔로 운영된다고 한다.

근처에서 흥미로운 건물을 하나 더 발견했다.

언뜻 유람선처럼 보였던 그것은 다름 아닌 보트 호텔이었다.


트램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프라하는 트램이 없으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도시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빨간색 트램은 도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리젼 교량(Legion Bridge)을 건너며 멀리 카를교를 바라봤다.

블타바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캄파섬의 그래피티와 조각들이 시선을 끌었다.

특히, 얼굴에 바코드가 새겨진 어린이 조각상은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레넌 벽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대형 물레방아가 보였다.

그 뒤로 알록달록한 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원래 평범한 벽이었지만, 1980년대부터 비틀즈의 존 레넌을 추모하는 낙서와 그래피티로 가득 채워졌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공산주의 체제였고, 젊은이들은 이곳에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남겼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메시지를 덧칠하며 벽을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었다.

레넌 벽을 지나 스트라호프 수도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는 여전히 고풍스러웠고, 돌길을 따라 오르막이 이어졌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수도원 아래 언덕에 다다르자, 프라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프라하성이 보였고, 붉은 지붕이 끝없이 펼쳐졌다. 무엇보다도 고층 건물이 없어 시야가 탁 트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은 프라하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특히 수도원 도서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하는데, 아쉽게도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도원 내에 유명한 양조장에서 체코 전통 맥주를 맛볼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파리의 에펠탑과 비슷한 구조의 페트린 타워도 보였다.

수도원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는 나름 멋졌다.

붉은 지붕과 블타바 강,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비록 짧은 겨울 낮 시간 때문에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각 장소마다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댄싱하우스의 현대적인 아름다움, 레넌 벽의 역사적 의미,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고풍스러운 매력은 프라하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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