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성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구 시가지 광장까지 걷기
프라하에서의 두 번째 도보 여행은 프라하 성에서 시작해 카를교를 건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 하벨시장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
숙소 근처에서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프라하의 대중교통은 PID 앱이나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 초행길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트램에서 내려 약 10여 분을 걸으니, 거대한 성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라하 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古代) 성이라고 한다.
성 자체는 무료입장이지만, 내부에 있는 성 비투스 대성당, 황금소로 등을 관람하려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의외로 입장료가 꽤 비쌌다.
대성당 내부는 웅장했다.
높은 천장과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이자 종교가 없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냥 내 눈에는 지구상에 널려있는 수많은 성당 중 하나일 뿐이다.
성당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외관이 훨씬 웅장하게 다가왔다.
성 안에 있는 스타벅스는 전망이 좋아서인지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좀 더 안쪽으로 걸어가자, 작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늘어선 황금소로가 나타났다.
이곳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겼고, 2층에는 중세 시대 갑옷과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프란츠 카프카가 22번 집에서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성에서 나와 트램을 타러 가는 길, 프라하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트램이 낯설지 않았다.
트램을 타고 이동하다가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을 지나 카를교로 향했다.
카를교 아래에서는 따뜻한 *글뤼바인(체코식 뱅쇼, Hot Wine)*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카를교는 고딕 양식의 다리로, 다리 위에는 많은 조각상이 늘어서 있었다.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위에는 유람선이 떠다니고 있었고, 다리 위에서는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전망대도 있었지만, 오르지는 않았다.
카를교를 건너니 구시가지 광장이 나타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광장 중앙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었다.
사람들은 따뜻한 와인을 마시거나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여러 가게들이 이런저런 물건을 팔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Nothing Special.”
체코에서 유명하다는 *굴뚝빵(뜨레들로)*을 사 먹어 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굴뚝빵도 그냥 그랬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게 느껴졌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굴뚝빵의 원조는 체코가 아니라 헝가리라고 했다.
광장에서 조금만 더 걸으니 하벨시장이 나왔다.
재래시장 느낌을 기대했지만, 규모가 작고 품목도 다양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초콜릿 제품들이었다.
시장을 나와 트램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이 보였다.
구시가지 광장과 비슷한 분위기였고, 마지막에는 임시로 만든 스케이팅장이 있어 젊은이들이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본 프라하의 이발소에도 우리나라처럼 이발소 표시등(빨강·파랑·흰색이 돌아가는 불빛)이 달려 있었다.
어디가 원조인지 궁금해졌다.
프라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맥주 한 잔이었다.
체코에서 가장 맛있던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마도 맥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