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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Jul 16. 2023

끌림의 외적요인

고양이의 마음

그저 살아내는 일상에서 마음을 당겨 혹하게 하는 일, 혹은 그런 사람이 있다.

매일 다니는 길을 지나가다가 묘한 향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서 보는 일. 물건을 사려고 계산대에 갔다가 무심코 상대방의 독특한 목소리에 혹해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일. 음색의 좋고 나쁨의 구분이 아니라 내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간극이 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는 날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세상을 가로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뺏긴다. 사람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다가 유명하지 않은 인디 가수의 곡이 울려 퍼지면 내 눈은 그 노래를 골랐을 주인장을 찾는다. 나만 알고 있을 법했던 인기 없는 오래된 인디 가수의 숨겨진 노래를 어찌 알고 틀었을까. 타이틀도 아닌 그 노래를 좋아할 그의 마음이 나와 비슷한 감정이라 여기면 또 한 번 끌린다.

언제 썼는지도 모를 오래전 신문, 잡지에 기고한 칼럼을 보고 메일을 보내오는 사람들. 구구절절한 자신의 이야기에 내 칼럼을 통해 받았다는 감정의 기운을 적는다. 글쓰기의 게으름으로 많은 밤낮을 소비하는 내게 꾸짖음의 매처럼 따끔하고 달다.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궁금한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보라매공원 시립도서관 내 자리에 음료수와 함께 쪽지를 두고 간 사람. “공부 열심히 해서 되고 싶은 사람이 되세요”라고 쓰였던 짧은 글. 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까. 공부 열심히 하라던 그 쪽지에 마음이 요동해 그날 난 공부를 하지 못했다.

반복하는 시간 같아도 단 한 번 같지 않은 시간. 지나면 오지 않는 시간을 소비하며 나는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 끌림이 무뎌지고 감정의 속도가 더뎌진다. 그럼에도 눈빛을 흔들고 심장에 설렘을 주는 순간, 사람. 그 예상하지 못한 끌림의 시간과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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