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니는 길을 지나가다가 묘한 향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서 보는 일. 물건을 사려고 계산대에 갔다가 무심코 상대방의 독특한 목소리에 혹해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일. 음색의 좋고 나쁨의 구분이 아니라 내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간극이 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는 날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세상을 가로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뺏긴다. 사람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다가 유명하지 않은 인디 가수의 곡이 울려 퍼지면 내 눈은 그 노래를 골랐을 주인장을 찾는다. 나만 알고 있을 법했던 인기 없는 오래된 인디 가수의 숨겨진 노래를 어찌 알고 틀었을까. 타이틀도 아닌 그 노래를 좋아할 그의 마음이 나와 비슷한 감정이라 여기면 또 한 번 끌린다.
언제 썼는지도 모를 오래전 신문, 잡지에 기고한 칼럼을 보고 메일을 보내오는 사람들. 구구절절한 자신의 이야기에 내 칼럼을 통해 받았다는 감정의 기운을 적는다. 글쓰기의 게으름으로 많은 밤낮을 소비하는 내게 꾸짖음의 매처럼 따끔하고 달다.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궁금한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보라매공원 시립도서관 내 자리에 음료수와 함께 쪽지를 두고 간 사람. “공부 열심히 해서 되고 싶은 사람이 되세요”라고 쓰였던 짧은 글. 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까. 공부 열심히 하라던 그 쪽지에 마음이 요동해 그날 난 공부를 하지 못했다.
반복하는 시간 같아도 단 한 번 같지 않은 시간. 지나면 오지 않는 시간을 소비하며 나는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 끌림이 무뎌지고 감정의 속도가 더뎌진다. 그럼에도 눈빛을 흔들고 심장에 설렘을 주는 순간, 사람. 그 예상하지 못한 끌림의 시간과 조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