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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Jan 03. 2023

잘 다치는 편입니다.

고양이의 마음 03

잘 다치는 편이다. 툭툭 부딪히고, 여기저기 쓸리기도 하고, 잘 걷다가도 가끔 넘어진다. 몸을 살펴보면 곳곳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땐 나이 핑계를 대곤 했는데, 나이가 든다고 뭐든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다치는 건 여전하다. 몸에 난 상처는 얼마나 다쳤는지, 어떻게 치료할지, 낫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알수 있다. 아프다가도 딱지가 생기고, 아물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낫는다. 문제는 마음이다. 내 마음인데 도무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상처의 깊이나 낫기까지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그저 두어야한다.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이따금 여름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흐려져 이유없이 눈물을 쏟게도 만든다. 신기한 게 시간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를 치유하는 건 시간만 한 게 없다. 그대로 두기만 했는데 몸이, 마음이 차분히도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오래 걸리는 일은 있지만, 상처가 오롯히 남는 일은 적다. 그래서 가끔은 나빠진 기억력에 고마움을 느낀다. 마음의 상처를 예전보다 빨리 낫게도 한다. 분명 그때는 아팠던 기억인데 요즘은 잘 생각나지 않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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