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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Jan 03. 2023

반가운 모르는 사람

고양이의 마음 02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하니 낯선 목소리가 내게 "잘 지냈느냐”라고 한다.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저는 잘 지냈습니다.”라고 하니 대화가 이어졌다. 그저 요즘은 어찌 지냈느냐고. 코로나는 안 걸렸느냐고. 이런저런 답변을 하고 나도 묻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는 중에도 점점 대화가 흘러간다. 처음엔 업무 중이라고, 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은데 죄송하지만 누구시냐고, 제가 다시 걸겠다고.. 하려 했지만, 묘한 느낌에 이끌려 대화를 끊지 못했다. 그러고도 서로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얘기가 이어졌다. 회사 복도에 나와 통화하다 보니 5분이 넘어간다. 이젠 상대가 누구인지 묻는 게 실례가 될 거 같았다. 멋쩍지만 어느 순간 “허허.. 그러셨구나. 저도 뭔지 알아요.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하면서 답하고 있었다. 업무 중에 나와서 통화하기엔 시답잖은 내용인데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상대가 나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전화를 끊게 됐다. 신기하게도 우린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거나 지인이면 으레 내뱉는 언제 밥이나 차 한잔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고 대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고 나니 20분 넘게 대화했다. 문득 끊기 싫은 쪽은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름도, 무슨 이유로 전화를 했는지도 묻지 않았다. 업무와 개인 통화를 합쳐도 20분간 연락해본 사람은 올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그리웠던 걸까. 누군지도 모르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냥 오늘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목적이 없는데 연락하는 사이가 없다. 매일 웃으며 살지만, 차라리 울어도 이상할 게 없는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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