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Jul 20. 2018

01_내가 좋아하는 삶*

프롤로그

하와이에서 반년, 

중미에서 한달, 서촌에서 반년.

어느 생계형 직장인이

1년간 놀면서 되찾은

77가지 삶 이야기.




개인적으로 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한 번뿐인 인생을 구성하는 건 수많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아는 저로서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 수가 없습니다. 베짱이가 되지 못할 일개미의 운명인 거죠.  


그 운명은 조금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생활력이 부족한 남자를 아빠로 둔 덕에 대학생 때부터 퇴사 전까지 일이란 걸 쉴 수 없었던 운명. 어렵게 살았던 만큼 돈을 쓰는 것보다 모으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가난이 싫었던 만큼 안정적인 생활에 집착하는 어른이 되었지요. 그게 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출근하려고 눈을 떴는데 불현듯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냥, 1년 놀아 볼까?’ 

  

모든 게 문제없던 나날이었습니다. 되고 싶었던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다니고 싶었던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팀 사람들은 동료라기보단 친구에 가까웠고요. 연차도 제법 쌓여 일도 예전보다 편하게 느껴질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들자 이상하리만치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티셔츠 한 장도 충동구매하지 않으면서 이런 충동 중의 충동엔 의심에 여지가 들지 않았습니다.


벌 수 있는 연봉을 포기한다.

저축한 돈을 탕진한다.


벌지 않고 소비만 하는 무책임한 삶은 이전의 제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요. 원래 성격대로라면 전세금에 보태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하는 데 썼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았던 나에게, 불평 없이 성실했던 나에게 아무런 계산 없이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거든요.  


이제와 돌이켜 보면, 인생은 한 번뿐이어서가 아니라 인생은 한 번뿐이지 않아서 사표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어제와 오늘, 내일로 이뤄진 인생. 이미 34년을 사용했지만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아있는 인생. 그 많은 날들 중 딱 1년을 떼어내 오롯이 나만을 위해 써도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퇴사하고 이틀 뒤, 저는 하와이로 떠났습니다. 


오아후 다이아몬드 헤드


하와이에서 반년, 북미와 중미에서 한 달, 한국에서 8개월. 1년 3개월 동안 일개미였던 저는 베짱이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되찾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바쁘게 사느라 다음으로 미뤄두었던 삶, 언젠가 살아보고 싶었던 삶,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사는 삶. 그 삶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소중해서 마음속에만 간직하기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기록해두었습니다. 이제 그 기록들을 하나씩 꺼내볼까 합니다. 어쩌면 곧 당신도 살게 될지 모르는 그 삶을 말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